조선·해운업이 구조조정의 긴 터널에서 쉽사리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업황이 개선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아직 장밋빛 전망은 이르다. 올해 1분기 조선업의 은행권 부실채권 비율은 전 분기보다 상승했다. 주요 해상운임지수도 선박 공급과잉 부담으로 연초에 비해 하락세다.
여기에다 지난 3월 대우조선해양에 2조9000억원을 추가 지원하기로 결정하면서 기존 구조조정 시스템의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끊이지 않고 있다. 문재인정부는 ‘구조조정 시스템’의 틀을 새로 짜는데 돌입했다.
3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국내 은행의 전체 부실채권 비율은 1.38%로 2012년 말(1.33%) 이후 가장 낮았다. 이 가운데 기업여신의 부실채권 비율도 1.99%로 감소했다. 다만 조선업(11.56%)과 해운업(4.68%)의 부실채권 비율은 여전히 높았다. 특히 조선업은 전 분기보다 0.36% 포인트 올랐다. 금감원 관계자는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올해 들어 국내 ‘조선 빅3’(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의 선박 수주량은 증가 추세다. 하지만 낙관적이지만은 않다. 지난 3월 말 기준으로 글로벌 선박 수주잔량은 12년9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최근 수주가 늘고 있지만 전체 일감은 아직도 적다. 벌크선, 유조선의 신규 선박 가격이 4∼5월 들어 상승했지만 저가 경쟁에서 완전히 벗어났다고 보기 어렵다. 클락슨은 지난 3월 발표한 조선업황 전망 보고서에서 2018년부터 2021년까지 글로벌 선박 발주량을 지난해 9월 보고서 때보다 낮춰 잡았다. 한국기업평가는 지난달에 수주잔고 급감을 이유로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의 장단기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했다. 대우조선이 올해 1분기 영업이익 흑자를 기록했지만 완벽한 턴어라운드(실적 개선)로 이어질지도 미지수다.
해운업도 상황은 비슷하다. 바닥을 찍었지만 공급과잉에 따른 운임 하락은 이어지고 있다. 벌크선 시장의 핵심 지수인 발틱운임지수(BDI)는 지난 3월 29일 1338포인트로 고점을 찍고는 지난 26일 912포인트로 31.8%나 추락했다.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지난 1월 13일 990.2포인트에서 지난 26일 853.43으로 떨어졌다. 한진해운 파산으로 불거진 국내 해운업 위기도 현재진행형이다.
조선·해운업 구조조정 사태는 근본적으로 세계경제 불황이 원인이다. 다만 금융 당국과 채권은행이 때를 놓쳤다는 지적은 끊이지 않는다. 김진표 국정기획자문위원장은 지난 25일 금융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주거래은행 중심의 상시 구조조정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냉철히 평가하고 개선 방안을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기존의 채권은행 중심 구조조정 체계는 은행이 대손충당금 등 부담을 피하려고 구조조정을 미루는 단점 등을 노출하고 있다. 특히 대우조선의 대주주인 산업은행은 대규모 분식회계를 제대로 감시·통제하지 못했다. 금융위는 구조조정 시스템을 자본시장 중심의 선제적 구조조정으로 바꿔야 한다는 입장이다. 산업 구조조정을 담당하는 컨트롤타워에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는 새 정부의 산업 구조조정 방안에 대해 “컨트롤타워를 어떻게 구성하고 작동시킬 것이냐 하는 큰 그림을 먼저 그려야 한다”고 강조했었다.
글=나성원 기자 naa@kmib.co.kr, 그래픽=공희정 기자
조선·해운 위기 여전히 진행형… 조선 부실채권↑ 해운 운임지수↓
입력 2017-05-31 05: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