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또 다른 ‘스트롱맨’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기선을 제압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손마디를 하얗게 만든 강력한 악수는 없었지만, 마크롱 대통령은 직설적인 화법과 젊은 패기로 첨예한 현안에 제 목소리를 냈다.
29일(현지시간) 양국 정상은 파리 외곽의 베르사유 궁전에서 첫 정상회담을 갖고 북한 핵·미사일 위협과 테러 문제에 맞서 공조를 강화키로 했다. 푸틴 대통령은 회담 후 공동기자회견에서 “시리아와 우크라이나 문제, 북한 핵·미사일 개발 등 위험하고 복잡한 상황을 논의했다”며 “우리는 상황이 더욱 악화되지 않도록 공동의 해결책을 찾기로 결의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실제로 이번 회담에선 치열한 공방이 이어졌다. 마크롱 대통령은 러시아가 지원하는 시리아의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을 겨냥해 화학무기 사용은 ‘레드라인’을 넘은 것이며, 화학무기 공격을 다시 벌일 경우 즉각 대응에 나서겠다고 경고했다. 푸틴 대통령은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 대응을 위해 알아사드 정권이 필요하다는 수세적인 입장을 되풀이하는 데 그쳤다.
마크롱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 면전에서 러시아의 프랑스 대선 개입 의혹에 대해 강경한 발언을 이어갔다. 그는 러시아 국영 언론 ‘러시아투데이’와 ‘스푸트니크통신’이 지난 선거 기간 가짜 뉴스를 퍼트리는 프로파간다(선전) 기관처럼 행동했다고 강조했다. 이에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가 마크롱 대통령의 경쟁 후보였던 마린 르펜 전 국민전선(FN) 후보를 지지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 마크롱 선거캠프 홈페이지 해킹의 배후가 러시아라는 의혹도 사실무근이라고 일축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해서도 한 치의 양보도 없었다. 푸틴 대통령은 서방의 대러시아 제재가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반면 마크롱 대통령은 4자회담(러시아 우크라이나 프랑스 독일) 틀에서 문제를 풀어나가겠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번 회담에 대해 “굉장히 솔직하고 직설적인 대화를 나눴다”며 “의견충돌이 있었지만, 적어도 그 문제들을 논의했다”고 자평했다. AP통신은 마크롱 대통령이 골치 아픈 이슈에 단호한 의견을 밝히고, 그에 따른 위험도 감수하는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앞서 마크롱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을 거론하며 “이들이 국제 관계를 힘의 논리로 보는 것에 주눅 들지 않겠다. 어느 것 하나 그냥 넘어가지 않겠다. 그게 존중받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한편 미 공화당 중진인 존 매케인 상원 군사위원장은 푸틴 대통령이 IS보다 세계 안보에 더 큰 위협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호주 ABC방송 인터뷰에서 “IS는 끔찍한 일을 저지를 수 있다. 하지만 러시아 사람들은 민주주의 근간을 파괴하려 했으며, 미 대선 결과를 바꾸려고 했다”고 비판했다.
신훈 기자 zorba@kmib.co.kr
‘스트롱맨’ 잡는 마크롱… 트럼프 이어 푸틴도 제압
입력 2017-05-31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