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유일의 기독교계 사립대학인 평양과학기술대학교가 엘리트 교육뿐만 아니라 북한 정부가 북·미 협상을 유리하게 끌고 가는 ‘지렛대(leverage)’로 사용될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뉴욕타임스(NYT)는 29일(현지시간) 북한 당국이 지난달 미국 시민권자인 평양과기대 자원봉사자 2명을 ‘공화국 적대행위’로 억류한 것을 지목하며 이 대학의 존재가 평양과 워싱턴 간 대립에서 북한의 효과적인 협상 카드로 사용된다고 지적했다. 북한의 끊임없는 핵·미사일 도발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전략적 강경 노선이 충돌하는 상황에서 정치적 ‘볼모’가 된 미국 시민권자들은 김정은 정권이 미국에 효과적으로 접근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는 것이다.
신문은 평양과기대가 설립 취지와 달리 결과적으로 북한 독재정권의 미래 엘리트들을 양성하고 있다는 비판론을 소개하며 한국 내 보수 진영에선 이 학교가 미래의 해커들을 교육한다는 비난이 나온다고 덧붙였다.
북한 취재 목적을 숨기며 2011년 평양과기대에서 영어를 가르쳤던 언론인 김숙이씨는 NYT에 “북한 정권과 돈이나 정보 등으로 타협하지 않고선 북한에서 학교를 운영할 수 없다”고 지적하면서 “그런 타협이 존재한다는 것이 나를 불편하게 했다”고 회상했다. 그는 북한에서의 ‘불편했던’ 경험담을 ‘당신 없이, 우리가 없다(Without You, There Is No Us)’란 제목의 책으로 펴낸 바 있다.
복음주의 기독교인들이 설립하고 운영해 온 이 대학 캠퍼스에서도 김씨가 비판한 타협은 분명하게 관찰되는 모습이다. 모든 수업교재는 북한 당국의 승인을 받아야 하고, 당국은 대학에 기관원들을 상주시켜 외국인 교직원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한다. 한 교수는 학생에게 성경을 건네주려다 결국 추방되기도 했다.
외국인 교직원들이 체제 전복적 발언을 하는지를 보고해야만 하는 학생들은 식당으로 행진할 때도 북한 정권에 대한 충성을 맹세하는 노래를 불러야 한다. 평양과기대에는 현재 12개국 이상에서 온 약 90명의 외국인 자원봉사 교직원들이 있다.
구성찬 기자 ichthus@kmib.co.kr
NYT “평양과기대, 北에 對美협상 지렛대로 사용될 수도”
입력 2017-05-31 05: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