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태화강, 산업도시에서 생태관광도시로

입력 2017-05-31 17:38
이른 아침 울산 남산 전망대에서 내려다 본 태화강 물돌이. 한국관광 100선에 꼽힌 십리대숲과 태화강대공원을 휘돌아가는 물길이 눈 아래 파노라마처럼 펼쳐져 있다. 가운데 우뚝 솟은 건물이 취수탑을 리모델링한 ‘태화강전망대’.
하늘로 쭉쭉 뻗은 십리대숲의 대나무
울산대공원 장미원의 화려한 장미
고래조각공원에 조성된 실물 크기의 고래 모형
장생포 바다 위를 시원하게 가로지르는 울산대교의 야경이 황홀하다. 울산대교전망대에 오르면 골리앗 크레인이 있는 공단과 함께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울산의 중심에 태화강이 있다. 동서로 도심을 가로지르며 울산의 역사와 함께 발전해왔다. 1960년대 공업화 시대에 무분별한 개발로 ‘죽음의 강’으로 전락했던 태화강이 ‘생명의 젖줄’로 다시 태어났다. 1996년 6급수에서 2007년 1급수로 회복하면서 연어가 돌아오고 수달이 서식하는 것은 물론 전국 최대 철새도래지의 명성까지 얻는 아름답고 생기 넘치는 강으로 변모했다. 여기에 장미원을 포함하는 대규모 울산대공원과 장생포고래특구 등이 더해지면서 울산은 생태관광도시로 거듭났다.

꽃·강·숲… 강변 초록세상 ‘태화강십리대숲’

태화강은 울주군 상북면 가지산 쌀바위, 백운산 탑골샘 등지에서 발원해 언양읍을 지나 울산시 중심을 관통해 울산만을 지나 동해로 흘러간다. 길이는 약 47.54㎞. 울산 중구에서 태화강대공원을 지난다. 초화단지에 붉은 꽃양귀비, 청보라 빛의 수레국화 등이 넘치게 피어 ‘꽃대궐’을 이루고 있다. 단일 규모로는 전국 최대의 수변 초화단지로 2011년 문을 열었다. 단지별 개화시기를 조정해 사계절 꽃을 볼 수 있다.

넓은 꽃밭을 곁에 두고 대숲이 무성하다. 옛 삼호교에서 태화루 아래 용금소까지 강변을 따라 4㎞나 이어진다. 울산 12경에 속하는 십리대밭이다. 폭은 20∼30m, 전체면적은 약 29만m²다. 한국 대표 관광지 100선에 선정될 정도로 아름다운 곳이다.

이곳에 언제부터 대나무 숲이 있었는지 정확히 알지 못한다. 1749년 울산 최초의 읍지인 ‘학성지’에 ‘오산 만회정 주위에 일정 면적의 대밭이 있었다’는 기록이 있다. 한때 물의 흐름에 장애가 된다며 대숲을 없애려 한 적도 있고, 도시계획상 개발 예정지가 된 적도 있다.

대숲으로 들어서면 하늘을 찌를 듯이 쭉쭉 뻗은 대나무가 무성하다. 그 사이로 구불구불 오솔길이 이어지고 대나무 잎 사이로 명주실처럼 가늘게 햇살이 쏟아진다. 초여름 더위의 기세도 대숲에서는 한 풀 죽는다. 서늘한 기운이 몸을 감싸고 청정구역에 온 듯 맑은 공기로 가득하다.

대숲은 음이온이 풍부해 머리를 맑게 하고 심신을 안정시킨다. 대숲 가운데 산책로가 있고 죽림욕장에는 평상을 놓아 가족, 친구와 함께 걷거나 홀로 사색을 즐기기에 좋다. 도심 속 쉼터로 힐링에 그만이다. 중구가 운영하는 자전거 대여소도 있다.

초화단지와 대숲 사이에 실개천이 흐른다. 발 담그고 물놀이를 할 수 있도록 2010년에 인공적으로 조성한 물길이다. 천변에는 창포와 부들, 수련 등 수생 식물들이 무성하다. 한쪽에는 습지도 있다.

태화강 건너편에는 삼호대숲이 있다. 태화강대공원의 대숲이 사람을 위한 공간이라면, 삼호대숲은 철새들의 보금자리다. 4월엔 백로 8000여 마리가 날아와 번식하고 10월에 동남아시아로 떠난다. 그 빈자리는 겨울 철새인 떼까마귀가 채운다.

십리대숲 전체를 조망하고 싶다면 강 건너편 ‘태화강전망대’에 오르면 된다. 1995년도까지 울산국가산업단지 기업체에 공업용수 공급을 담당했던 취수탑이었지만, 현대적 감각에 맞게 리모델링을 해 현재 지상 4층 규모의 전망대로 사용하고 있다. 360도 회전 휴게실과 야외전망대를 갖추고 있어 태화강과 십리대숲, 태화강대공원, 태화강철새공원 그리고 남산 등을 조망할 수 있는 최적의 공간이다. 전망대와 십리대밭을 오가는 나룻배도 여기에서 탈 수 있다. 좀 더 높은 곳에서 조망하고 싶으면 뒤편 남산에 오르면 된다. 능선을 따라 남산루 등 전망대가 곳곳에 조성돼 있다.

십리대숲 끝 지점의 하나인 옛 삼호교는 1924년 태화강에 건설된 울산 지역 최초의 근대식 철근 콘크리트 교량이다. 등록문화재 104호로 지정됐다. 태화루는 신라 선덕여왕 때 누각으로, 밀양 영남루, 진주 촉석루와 함께 ‘영남 3루’로 불렸다. 임진왜란 때 불타 없어진 것을 2014년 복원했다. 보행자 전용 교량인 십리대밭교는 조명이 들어오는 밤에 더 예쁘다.

울산 시민들의 특별한 휴식처 ‘울산대공원’

울산 시내 중심에도 꽃이 가득하다. 울산대공원 장미원 5만6714㎡에는 6만여 본, 300만 송이 이상의 장미꽃이 관람객들의 오감을 행복하게 만든다. 장미축제는 끝났지만 명품장미(수상장미 57종, 명예장미 11종 등)를 비롯한 265종의 장미가 활짝 피어 아름다운 자태와 향기를 뽐내고 있다.

울산대공원 남서쪽 골짜기에 위치한 장미원에 입장료(어른 2000원, 청소년 1000원, 어린이 500원)를 내고 들어서면 형형색색의 장미들이 반기고 진한 꽃향기가 코끝을 파고든다. 장미원 중앙광장은 원형분수를 중심으로 장미를 방사형으로 심었다. 하늘에서 보면 영락없는 장미꽃 문양이다. 광장에서 동물원 쪽으로 큐피드의 정원, 비너스의 정원, 미네르바 광장으로 꾸몄다.

‘장미의 언덕’에는 세계장미총회(WFRS)에서 명예장미로 선정된 희귀한 품종들을 심어놓았다. 명예장미는 지금까지 모두 15개 품종이 선정됐는데 울산대공원 장미의 언덕에는 현재 전국에서 가장 많은 11개 품종이 심겨 있다.

울산대공원은 울산 시민들에게 아주 특별한 휴식 공간이다. SK그룹이 1000여억 원을 투자해 조성한 뒤 울산시에 무상 기부한 곳이다. 울산은 1960년 이후 경제발전의 중추가 되면서 급속한 성장을 이루는 동안 ‘공해도시’ ‘삶의 질이 열악한 도시’ 등 부정적인 측면이 강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울산대공원은 울산시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데 크게 기여했다.

고래를 만나는 곳, 장생포

울산 남구 장생포동과 매암동 164만㎡ 부지에 장생포 고래문화특구가 조성돼 있다. 국내 유일의 고래박물관과 고래생태체험관, 고래문화마을, 고래바다여행선, 20여개의 고래음식점이 들어서 있다. 고래박물관에는 브라이드고래 골격과 수염, 귀신고래 실물 모형 등 고래와 관련된 흥미로운 것들이 전시돼 있다. 바로 옆 고래생태체험관에서는 돌고래의 재롱과 다양한 바다 생물을 관찰할 수 있다.

고래박물관 맞은편 고래문화마을은 1970년대 고래잡이 전진기지였던 장생포를 그대로 옮겨놓은 공간이다. 선원의 집, 고래해체장, 고래착유장 등 23채의 집이 들어서 있다. 옛날 교복을 입고 추억의 학교와 이발소, 사진관, 방앗간 등 1960∼70년대 고래잡이로 호황을 누리던 옛 장생포로 시간여행을 떠날 수 있다. 바로 뒤 고래조각공원에서는 실물 크기(7∼16m)의 귀신고래와 혹등고래, 밍크고래, 범고래 등을 만나볼 수 있다.

장생포 바다위를 시원하게 가로지르는 다리가 울산대교다. 남구 매암동과 동구 일산동을 잇는 1800m 길이의 현수교로 두 지역간 이동시간을 40여분에서 20분으로 줄였다. 울산대교전망대의 야간 개장이 이뤄지면서 울산의 새로운 관광명소가 됐다.

전망대에 올라서면 울산대교와 공단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바다 건너로 골리앗 크레인들이 우뚝 서 있다. 그 너머로 키 큰 공장 굴뚝이 보인다. 전망대는 울산대교 주탑과 같은 해발 203m로, 오후 9시까지 개장한다.

여행메모

쇠고기를 석쇠에 굽는 언양불고기… 미나리와 함께 먹으면 별미


경부고속도로 언양분기점에서 울산고속도로로 갈아탄 뒤 울산나들목으로 나가면 빠르다. 직진 후 신복로터리에서 좌회전해 가다 다운네거리에서 우회전, 태화교 방향으로 가면 된다.

반구대 암각화·천전리 각석은 경부고속도로 서울산나들목에서 35번 국도를 타고 가다 오른쪽으로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를 안내하는 표지판이 나온다. 천전리 각석은 반구대 암각화에서 2㎞ 정도 떨어져 있다.

서울역이나 수서역에서 울산역까지 KTX 또는 SRT(수서고석철도)를 타면 빠르다. 약 2시간 20분 소요된다. 서울고속버스터미널에서 버스를 이용해도 된다.

롯데시티호텔 울산(052-990-1000), 신라스테이 울산(052-901-9000), 올림피아호텔(052-271-8401) 등 호텔이 많다. 울산시내에서는 남구 삼산동이나 무거동 쪽에 모텔촌이 조성돼 있다.

언양읍 일대는 한우 불고기 요리로 유명하다. 쇠고기를 얇게 썬 후 양념해 석쇠에 구워 먹는 게 특징이다. 언양미나리와 함께 먹으면 별미다. 언양한우불고기특구나 인근 두동면에 있는 봉계한우불고기특구를 찾아가면 된다. 공원불고기(052-262-0421)에서는 깔끔하고 푸짐한 밑반찬, 거기에 친절한 서비스까지 받을 수 있다. 언양기와집불고기(052-262-4884), 언양전통불고기(052-262-0940), 언양 진미불고기(052-262-4422)도 괜찮다.

울산=글·사진 남호철 여행선임기자 hc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