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같이 고통 받기 싫다면 지금이라도 담배를 끊어야 합니다.”
증언형 TV 금연광고 모델인 허태원(65)씨는 30일 서울 중구 남산스퀘어빌딩에서 쉰 목소리로 이렇게 기자들에게 당부했다. 40년간 담배를 피운 허씨는 만성 폐쇄성 폐질환(COPD)을 앓고 있다. 회복될 수 없을 정도로 기도가 막혀 폐가 절반도 기능을 못하는 병이다. 조금만 걸어도 숨이 차 운동을 할 수 없다. 한껏 숨을 들이켜도 커피전문점에서 나눠주는 납작한 빨대로 공기가 겨우 들어오는 느낌이라고 한다. 집을 나설 때는 항상 일회용 산소호흡기와 기관지 확장제를 들고 다녀야 한다. 몸무게도 38㎏에 불과하다.
허씨는 군복무 중이던 23세 담배를 시작했다. 남들이 담배를 피울 때 혼자서 가만히 있기 심심해 입에 댔다. 그렇게 매일 1갑에서 1갑반씩 피웠다.
경기도 일산에서 가구 제조업을 하며 세 딸을 키웠다. 딸들은 “옷에서 냄새 나니까 담배 좀 끊어”라고 나무랐지만 소용없었다. 딸들 눈치가 보일 때도 멀찌감치 떨어져 담배를 피웠다. 코미디언 이주일씨가 폐암에 걸린 모습으로 TV에 나와 “담배는 독약”이라고 말하는 광고도 봤다. 그는 ‘설마 내가 저렇게 될까’라고 생각하며 담배를 태웠다.
기침과 가래가 심해 동네의원을 찾았지만 단순 천식이라고만 진단받았다. COPD를 앓는다는 사실은 3년 전에야 알게 됐다. 이미 폐 기능이 50% 이상 정지돼 숨쉬기도 힘든 상태였다. 유광하 건국대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천식은 시간이 지나면서 상태가 호전되지만 COPD는 호전되지 않는다”며 “COPD는 사망 원인 세계 3위, 국내 7위의 질환이나 아직도 모르는 사람이 많다”고 경고했다.
31일부터 허씨가 등장하는 금연광고가 TV와 라디오로 방송된다(국민일보 9일자 1면 참고). 허씨는 2002년 8월 폐암으로 유명을 달리한 이주일씨와 지난해 구강암 판정을 받고 혀 3분의 1을 잘라낸 임현용(55·가명)씨에 이은 세 번째 증언형 금연광고 모델이다.
COPD는 허씨와 같은 60대 이상 흡연 남성에게 흔히 찾아온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2015년 COPD로 요양기관을 이용한 환자(23만2156명)의 80.2%(18만6358명)가 60대 이상이라고 밝혔다. 남성 환자가 16만2717명으로 여성(6만9439명)보다 배 이상 많았다. 일산병원 호흡기내과 한창훈 교수는 “COPD는 지속해서 악화하는 진행성 질환으로 40세 이상부터 주로 발병해 60대 이상 노인에게서 가장 많이 발견된다”고 설명했다.
권병기 보건복지부 건강증진과장은 “세계 금연의 날(31일)을 맞아 ‘담배, 오늘 끊지 않으면 내일은 없습니다’를 슬로건으로 삼았다”며 “실제 흡연 피해자가 출연하는 올해 첫 금연광고 송출을 시작으로 금연 캠페인을 본격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동우 기자 love@kmib.co.kr
[투데이 포커스] 40년간 피운 담배, 새까맣게 탄 인생
입력 2017-05-31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