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으로 좀 달려와 주세요.”
충남 서산시 부석면 가사장로교회(이영수 목사) 공덕순 사모는 30일 전화통화에서 “가뭄 때문에 농민들 민심이 타들어가고 있다”며 교계의 기도와 관심을 호소했다.
농촌 교회 목회자 등을 통해 접한 농촌 지역의 가뭄 피해는 심각했다. 물 부족으로 모내기를 하지 못한 지역이 부지기수인가 하면 모내기를 마쳤더라도 날씨가 가문 탓에 모가 제대로 자라지 못하는 상황이다. 마늘 같은 수확을 앞둔 밭작물은 일손이 부족해 손을 대지도 못한 곳이 많았다.
농민 성도가 대부분인 농촌 지역 교회 교역자들도 가슴이 타들어가긴 마찬가지다. 농촌 지역 목회자들 중에는 오전·오후 새참 먹는 시간에 맞춰 생수와 간식 등을 싸들고 논밭에서 일하는 성도들을 찾아가 위로해주는 이들도 있었다.
공 사모는 “모내기를 해도 물이 없으니 염분이 끼고 모가 말라서 비틀어지는가 하면 마늘을 수확하려해도 품질이 예년만 못하다”면서 “교인 중 절반이 논밭 농사를 짓고 있는데 걱정이 태산”이라고 하소연했다. 그는 “설상가상으로 인건비가 너무 올라서 밭작물 수확을 해도 남는 돈이 없다고 들었다”며 “도시 교회 사람들이 농촌으로 달려와서 일손 좀 거들어주면 안되겠느냐”고 덧붙였다.
경기도 안성시 금광면 일대. 며칠 전 금광저수지 강둑에서는 마을 주민들이 적적 갈라진 저수지 바닥을 바라보며 기우제까지 지냈다. 이 지역에서 6년째 시무하고 있는 금광교회 나안균 목사는 “예년 같으면 벌써 모내기를 끝냈을 텐데, 올해는 모내기할 물이 없어 농민들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경기도 포천의 시냇물교회 정종찬 목사는 “남부 지방보다 가뭄 피해는 덜하지만 일부 지역에서는 지하수를 파서 밭작물에 물을 대고 있다”면서 “동네 어르신들은 ‘비가 와야 하는데’라는 말을 입에 달고 다닐 정도”라고 마을 분위기를 전했다.
달성보와 강정고령보, 창녕함안보 등 4대강 보가 위치한 인근 지역에서는 물 걱정이 상대적으로 덜했다. 하지만 다음 달부터 보를 상시 개방하겠다는 정부 방침을 두고서는 논란이 일고 있다.
창녕함안보 인근 마을인 경남 창녕군 길곡면에서 25년째 목회 중인 K교회 담임목사는 “저수된 물을 끌어다 쓸 수 있으니 가뭄 피해는 거의 없다”며 “하지만 보 개방에 대해서는 납득하기 힘들다는 농민들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낙동강의 강정고령보를 끼고 있는 대구 달성군 다사읍의 이천 늘사랑교회 조삼덕 목사는 “수리 시설이 미흡한 곳을 빼고는 물 부족은 없는 것 같다”면서 “보 개방 문제는 농민들의 의견과 지역 상황을 우선적으로 고려하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박재찬 최기영 기자 jeep@kmib.co.kr
“메마른 땅 촉촉이 적실 단비를 주소서”
입력 2017-05-31 0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