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5월 29일 발사한 미사일은 지대함·지대지 겸용

입력 2017-05-31 05:01
북한이 29일 강원도 원산 일대에서 발사한 스커드-ER급 탄도미사일이 화염을 내뿜으며 솟구치고 있다.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을 비롯한 북한 수뇌부가 발사 장면을 지켜봤다고 북한 조선중앙TV가 30일 보도했다. 조선중앙TV

북한이 29일 발사한 탄도미사일은 스커드-ER급 미사일에 정밀유도체계를 장착한 지대함(ASBM·Anti-ship ballistic missile) 및 지대지 겸용으로 개발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북한이 본격적인 지대함 미사일 개발에 나섰다는 의미로 서해안에서 초계 임무를 수행하는 해군 함정과 유사시 북한 해역으로 접근하는 한·미 함정에 대한 위협도가 급격히 높아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금까지 북한이 보유한 것으로 알려진 지대함 미사일은 과거 소련제 스틱스 단거리 미사일과 이를 중국식으로 만든 실크웜 미사일을 개량한 KN-01로 사거리는 100㎞ 정도로 알려져 있다. 또 북한은 이번 시험발사를 통해 스커드-ER의 비행 안정성과 정확도를 대폭 향상시킨 것으로 분석된다.

북한 조선중앙통신과 노동신문은 30일 “전날 발사한 탄도미사일이 적 함선을 비롯한 해상과 지상의 바늘귀 같은 개별적 목표들을 정밀 타격할 수 있는 우리식 탄도로켓”이라고 밝혔다. 노동신문이 공개한 미사일 사진은 지난달 15일 김일성 생일 105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처음 공개된 스커드 계열과 동일했다. 북한은 탄도미사일 1발을 발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이 미사일이 조종날개가 있는 전투부(탄두부)를 장착했고 중간비행 구간에서 소형 열분사 발동기에 의한 속도 교정 및 자세 안정화 계통의 정확성이 재확증됐다”고 강조했다. 또 중등사거리(중간거리)를 비행했다고 밝혀 사거리는 29일 발사 시 측정된 450여㎞보다 긴 1000여㎞로 추정되고 있다. 북한은 이번 실험을 통해 발사 공정을 자동화해 발사시간을 단축했으며 재돌입 구간 내 초정밀 유도 성능을 확보했다고 주장했다.

목표물 타격 정확도를 나타내는 원형공산오차(CEP)가 7m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북한의 주장을 그대로 수용할 수는 없지만 이 정도 정확도라면 움직이는 함정을 타격하는 ASBM으로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수준이다. 북한은 300㎜ 신형 방사포에 인공위성위치정보(GPS) 수신 장치를 장착, 정확도를 높이는 시도를 꾸준히 해 왔다.

북한의 주장에 대해 합참은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합참은 북한이 미사일 기술의 안정성과 정확성 측면에서는 상당한 진보를 보인 것으로 평가했다. 하지만 지대함 미사일 기능에 대해서는 더 면밀한 분석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항모 공격용으로 사용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했다. 한 군사 전문가는 “대함 미사일로 신뢰성을 갖추려면 목표물을 자동으로 탐색하는 탐색기가 확보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번에 북한이 발사한 미사일에는 목표 지점의 좌표를 실시간으로 받는 GPS 수신 장치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정도로는 해상에서 이동하는 표적을 정밀 타격하기 힘들다. 함정의 위치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는 정찰위성과 수평선 너머까지 탐지할 수 있는 초수평(OTH) 레이더 등이 확보돼야 한다. 때문에 앞으로 북한이 수차례 더 시험발사를 해 ASBM 성능 보완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hs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