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령과 공포의 땅에 평화를 주소서”

입력 2017-05-31 00:05
무장한 필리핀 정부군이 28일(현지시간) 필리핀 민다나오 마라위 지역에서 반군을 진합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필리핀 남부 민다나오 섬 마라위에서 이슬람국가(IS)를 추종하는 극단주의자들의 테러로 필리핀 정부가 이 지역에 계엄령을 선포한 가운데 현지 선교사들의 기도 요청이 이어지고 있다.

필리핀그리스도교회(UCCP)도 홈페이지(uccpchurch.com)를 통해 전 세계 기독교인들에게 중보기도를 바랐다. UCCP는 특히 마라위 단살라대학 구성원들을 위한 기도가 시급하다며 홈페이지에 사진과 함께 소식을 띄웠다. 단살라대학은 재학생의 95%가 무슬림이고 직원 80%는 기독교인인 미션스쿨이다. UCCP와 외신들에 따르면 테러분자들이 지난 24일(현지시간) 이 대학에 불을 지르고 지역 방언인 마라나오어를 사용하지 못하는 직원과 학생들을 처형했다고 보도했다.

민다나오 주도 다바오에서 14년째 사역하고 있는 김영숙 선교사는 30일 전화통화에서 “다바오에서 마라위까지는 차로 10시간 이상 소요되는 먼 거리지만 긴장감은 이곳에서도 느껴질 정도”라면서 “이슬람 자치구인 마라위는 민다나오자치정부가 실질적으로 통치하고 있지만 그동안 군소 반군단체들과 충돌이 지속돼 왔다”고 전했다. 이어 “IS를 추종하는 외부세력까지 가담한 이번 충돌로 많은 주민들이 피란길에 올라 마라위에는 무슬림만 남았다는 말이 돌 정도로 현지 상황이 급박하다”고 덧붙였다.

여의도순복음교회 선교대회 참석차 방한한 우원식 민다나오순복음교회 목사도 “마라위는 전통적으로 이슬람 세력이 강한데, 여기에 IS 추종세력까지 유입되면서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며 “현지인들과 선교사들의 안전, 조속히 충돌이 종식되길 기도해달라”고 강조했다.

한국에 있는 필리핀인들도 기도의 동참을 호소했다. 연세대 송도캠퍼스 국제신학원 박사과정에 있는 필리핀 신학자 리제트 타피아 라쿠엘 필리핀연합신학대학원 교수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민다나오 주민들과 함께하고 있다”며 “이 지역의 평화를 위해 기도하고 있다”고 했다.

현재 민다나오에선 선교 활동이 전면 중단된 상태다. 외교부도 민다나오에 한시적 특별여행주의보를 발령했다. 다바오에서 활동 중인 A선교사는 “외국의 선교사들이 참여하는 외부 행사는 모두 취소됐고 교회에서 진행하는 예배와 모임도 관청에 신고한 뒤 낮에만 모이도록 권고하는 실정”이라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이에 따라 올 여름 단기선교를 진행하려던 교회들도 일정을 취소하거나 연기하고 있다.

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