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개혁 500주년 강연 차 방한한 ‘20세기 신학 대가’ 위르겐 몰트만 선집 발간
‘희망의 신학자’ 위르겐 몰트만(91) 박사가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아 내한했다. 몰트만은 칼 바르트를 잇는 20세기 신학의 대가로 꼽힌다. 그의 신학 정수가 담긴 ‘몰트만 선집’(대한기독교서회)이 출간됐다. 몰트만은 선집 서문에서 “지난 40년 동안 나와 한국의 관계는 고난과 기쁨을 나누어온 깊은 우정의 역사”라며 “선집 출간이 한국과 독일 양국의 교회와 신학자들 간에 우의를 굳건히 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독일 함부르크에서 출생한 몰트만은 17세 때 제2차 세계대전에 투입됐다. 전쟁 중 절친한 친구가 숨지는 처참한 광경을 목격하게 된다. 그는 “나의 하나님, 당신은 어디에 계십니까”라고 소리치며 울부짖었다. 이 사건을 계기로 하나님에게 질문을 던졌고 답을 찾기로 한다. 신학을 공부하게 된 몰트만은 튀빙겐대 교수로 재직하며 방대한 저술을 남겼다.
몰트만은 죄와 불의, 고통과 죽음이 만연한 세계 속에서 하나님의 사랑과 정의가 다스리는 세계를 이루어가는 것을 연구했다. 그는 이런 관심을 역사적 종말론으로 표현했다. 종말을 세계의 파멸로 보지 않고 인류가 지향해야할 역사의 목적으로 이해한 것이다. 그러나 세계 속 하나님 나라는 완전하지 않았다. 인간의 악한 본성 때문에 죄와 불의가 항상 있기 때문이다.
하나님 나라는 ‘이 부정적인 것을 부정하는’ 역사의 미래라고 몰트만은 얘기했다. 역사적 종말론의 궁극적 근거는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이다. 새 하늘과 새 땅에 대한 하나님의 약속이 우리의 희망이자 믿음이라고 몰트만은 얘기한다. 그의 정치신학 요체도 예수가 선포한 이 하나님 나라를 만드는 것이다.
선집은 몰트만이 수십년에 걸쳐 내놓은 단행본 60여권과 논문 500여개 중 주요 저작 17권을 선별한 것이다. 1권 ‘희망의 신학’(1964)은 첫 책이다. 부제 ‘그리스도교적 종말론의 근거와 의미에 대한 연구’가 보여주듯 기독교 종말과 희망의 근거를 논한다. 무신론자 에른스트 블로흐의 ‘희망의 원리’에 대해 유신론자로서 답변한 것이기도 하다.
3권 ‘십자가에 달리신 하나님’(1972)에서는 희망의 신학이 십자가의 신학으로 확장된 것을 볼 수 있다. 이 책에서는 고난당하시는 삼위일체의 하나님이 강조된다. 김균진 연세대 명예교수는 “바르트는 삼위일체 하나님이 예수 그리스도 안에 계시된다고 했는데 몰트만은 더 구체적으로 십자가에 달리신 그리스도 안에서 발견한다”고 설명한다.
4권 ‘예수 그리스도의 길’은 그리스도론, 5권 ‘생명의 영’은 성령론, 6권 ‘성령의 능력 안에 있는 교회’는 교회론을 각각 다룬다. 가장 최근에 쓴 13권 ‘살아계신 하나님과 풍성한 생명’에서는 무신론 논쟁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 국내 초역이다. 선집은 몰트만의 대표작을 분야별로 모은 것이다.
몰트만의 신학은 ‘희망의 주인은 하나님’으로 요약할 수 있다. 이영훈 (여의도순복음교회) 목사는 선집 발간사에서 “몰트만은 예수 안에 희망이 있음을 설파한 위대한 신학자”라고 표현했다. 그는 제3세계 해방신학과 같은 현실비판적 신학부터 현대의 오순절 성령운동까지 아우르면서 전통 신학과 대화하고 창조적 대안을 모색한 신학자다. 교회 밖이나 교회 안 다른 목소리와 소통이 절실한 한국교회에 모범이 될 신학 자원이다.
몰트만은 한국과도 인연이 깊다. 작고한 박봉랑 한신대 교수 초청으로 1975년 한국 땅을 처음 밟은 이후 수차례 한국을 방문하면서 한국 교계와 신학계에 큰 영향을 끼쳤다. 몰트만은 84년 박종화 (경동교회 원로) 목사와 함께 한국의 민중신학을 독일에 소개하기도 했다. 이런 공로로 지난 2013년 서울신학대, 2014년 장로회신학대에서 각각 명예 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 몰트만 선집 잘 읽으려면
한국인 제자들이 쓴 ‘신학 안내’ 제목 붙은 부록 먼저 시작하세요
‘몰트만 선집’은 위르겐 몰트만의 대표작 17권과 부록으로 구성돼 있다. 몰트만을 체계적으로 이해하고 싶다면 부록을 먼저 읽는 게 좋다. ‘몰트만 신학 안내’라는 제목으로 나온 48쪽 분량 부록에는 그의 한국인 제자 박종화 목사와 김균진 교수의 글이 실려 있다. 그의 신학 여정과 의의를 소개한다. 두 글을 꼼꼼히 읽은 뒤 관심사에 따라 책을 고르면 된다. 먼저 1∼12권은 신학자와 신학도를 위한 책이다. 조직신학 주제부터 정치신학까지 몰트만의 주요 신학 연구를 살필 수 있다. 13∼17권은 평신도를 위한 책이다. 신앙생활에 필요한 신학자의 조언이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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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6-01 0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