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조별리그 최종전 두 경기(오후 5시 베네수엘라-멕시코전·오후 8시 한국-잉글랜드전)가 펼쳐진 수원월드컵경기장. 곳곳에서 푸른 눈의 외국인들이 눈에 띄었다. 스카우터들이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아스날(이상 잉글랜드), 바이어 레버쿠젠(독일), AS 모나코(프랑스) 등 세계적인 클럽에서 파견된 이들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선수들의 플레이를 지켜봤다. 노트북을 들여다보며 자료를 살피기도 했다. 경기장에서 뛰는 선수들은 이들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태극전사들도 마찬가지다.
U-20 월드컵은 ‘스타 등용문’으로 알려져 있다. FC 바르셀로나의 리오넬 메시(30·아르헨티나)는 2005년 네덜란드 대회에서 골든볼(MVP)과 골든슈(득점왕·6골)를 석권하며 세계적인 스타로 발돋움했다. 최근 사례로는 세르비아 리그에서 뛰던 마르코 그루이치(21)가 2015년 뉴질랜드 대회에서 자국의 우승을 이끈 뒤 지난해 1월 잉글랜드의 명문구단 리버풀로 이적했다.
이날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만난 한 외국 스카우터는 “대회에 참가한 모든 선수들이 관찰 대상”이라며 “이번 대회에선 흙 속의 진주가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 좋은 선수들은 이미 명문 구단에 몸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 선수들도 눈여겨보고 있다. 관심이 가는 선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신태용호’에도 해외 진출을 꿈꾸는 선수들이 많다. 골키퍼 송범근(20·고려대)은 프랑스 명문 클럽인 파리 생제르맹과 독일 보루시아 도르트문트, 아우크스부르크 등으로부터 주목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이번 대회 조별리그 3경기에서 뛰어난 방어력으로 2골밖에 허용하지 않았다. 특히 3경기에서 총 14차례 슈퍼세이브를 펼쳐 보였다. 송범근은 키가 194㎝로 유럽 선수들에 뒤지지 않으며, 안정적인 경기 운영이 장점이다. 그는 이번 대회를 앞두고 “유럽리그에 진출하는 첫 번째 한국 골키퍼가 되고 싶다. 개인적으로 분데스리가에 가고 싶다”고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신태용호’의 최전방 공격수 조영욱(18·고려대)도 “유럽에서 축구를 하는 게 꿈이다. 열심히 하면 좋은 길이 열릴 것이라 생각한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수비수 이정문(19·연세대)과 미드필더 이진현(20·성균관대)도 이번 대회를 유럽 진출의 계기로 삼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하지만 이들의 바람과 달리 이번 대회에서 스카우터들의 마음을 사로잡아 해외로 진출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국내 에이전트는 “스카우터들은 이번 대회 결과만 보는 것이 아니다”며 “소속 팀에서의 활약 등을 살펴 영입 대상자 목록을 만든다. 관심을 받는다고 해서 영입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인 선수들의 경우 병역 문제가 해외 진출의 큰 걸림돌이다. 일본 선수의 경우 병역 문제가 없는데다 소속 구단에서 이적료를 받지 않는 등 적극 지원하기 때문에 한국 선수보다 해외 이적이 훨씬 유리하다”고 말했다.
29일 일본 ‘닛칸스포츠’에 따르면 모나코가 올여름 일본 공격수 도안 리츠(19·감바 오사카)의 영입을 검토하고 있다. 모나코는 2년 전부터 도안을 지켜본 것으로 알려졌다. 도안은 이번 대회 조별리그 3경기에 모두 출전해 3골을 기록했다. 그러자 도르트문트, 네덜란드의 아약스 등이 도안에게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
[U-20 월드컵] ‘흙 속의 진주’ 찾는 매의 눈… 외국 스카우터들 플레이 지켜봐
입력 2017-05-31 05: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