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회의원 겸직 장관 후보자들도 제대로 검증해야

입력 2017-05-30 17:25
문재인 대통령이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들을 내각에 대거 발탁했다. 문 대통령은 30일 김부겸, 도종환, 김현미, 김영춘 의원을 각각 행정자치부, 문화체육관광부, 국토교통부,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에 지명했다. 청와대는 이들이 새 정부의 국정 목표를 실현할 적임자이자 해당 분야의 능력을 갖췄다고 설명했다. 대통령은 민주당의 불모지인 영남에서 활동한 이력을 높이 샀거나 해당 부처 최초의 여성 장관 후보자라는 상징성 등도 감안했다.

그러나 국무총리 후보자를 비롯한 장관(급) 후보자들이 여러 의혹에 휩싸여 있는 시점에서 여당 의원을 한꺼번에 4명이나 지명한데는 다른 의도도 포함됐을 것이다. 무엇보다 국회 인사청문회를 무난히 통과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이들이 병역 면탈, 부동산 투기, 세금 탈루, 위장전입, 논문 표절 등 ‘5대 인사 배제 원칙’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이 원활한 당·청 관계를 위해 여당을 배려한 측면도 있다.

하지만 정치인들을 무더기로 내각에 발탁한 데 따른 우려가 나온다. 현역의원 출신 장관 후보자가 청문회를 통과하지 못한 경우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국회의 검증이 ‘비(非) 정치인’ 후보자에 비해 무뎠던 게 사실이다. 여야를 떠나 의원들의 동료애가 어느 정도 작용했을 것이다. 이번에는 사사로운 감정을 떠나 이들이 해당 업무를 책임질 역량이 있는지, 도덕성과 자질에는 하자가 없는지 철저히 따져봐야 한다. 어물쩍 넘어간다면 국민들로부터 초록은 동색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

또한 국회의원의 국무위원 겸직 논란도 차제에 정리할 필요가 있다. 행정부를 견제해야 할 의원이 내각에 들어갈 경우 삼권분립에 위배될 수 있는 만큼 일정한 제한을 둬야 한다는 목소리가 작지 않다. 미국은 연방의원의 국무위원 겸직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고, 프랑스는 장관 겸직 시 의원 활동을 일시 제한한다. 의원내각제를 하고 있는 영국도 겸직하면 법률안 발의 등을 막고 있다. 한국도 19대 국회에서 장관 겸직 의원의 활동을 제한하는 국회법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처리되지 못했다. 20대 국회에 다시 발의된 상태다. 정치권은 자리 욕심만 내지 말고 이 문제 해결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