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 ‘비주류’ 전기차 배터리·화학 부문 키운다

입력 2017-05-30 18:21
김준 SK이노베이션 사장이 30일 서울 종로구 서린사옥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SK이노베이션의 사업 전략을 발표하고 있다. 김 사장은 “안 하던 것을 새롭게 잘하고, 잘하고 있던 것은 훨씬 더 잘하도록 하는 게 향후 전략”이라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 제공

SK이노베이션이 그동안 비주류였던 전기차 배터리와 고부가화학 부문에 집중 투자해 체질개선에 나선다. 기존 주력사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면서 동시에 새로운 먹거리를 발굴해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해 강조한 ‘딥체인지(Deep Change)’를 실현하겠다는 전략이다.

SK이노베이션 김준 사장은 30일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안 하던 것을 새롭게 잘하고, (기존에) 잘하고 있던 것은 훨씬 더 잘하도록 하는 게 향후 전략”이라고 밝혔다. 김 사장이 언급한 ‘안 하던 것’은 비주력 사업인 전기차 배터리와 화학부문 사업을 뜻한다. ‘잘하고 있던 것’은 SK이노베이션의 핵심인 정유 부문 사업이다.

김 사장은 이날 전기차 배터리 연간 생산량을 2020년까지 10GWh로 늘리겠다고 공언했다. 현재 생산량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1.1GWh에 불과하다. 김 사장은 “지금까지 배터리 사업 진출에 조심조심했던 게 사실”이라며 “전기차 시장의 본게임이 시작된 만큼 필요한 투자를 선제적으로 과감하게 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그는 2025년까지 글로벌 배터리 시장 점유율 30% 달성을 목표치로 제시했다. 1회 충전으로 500㎞를 가는 배터리를 2018년까지 개발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다만 최대 전기차시장인 중국 당국의 자국 배터리업체 보호정책에 대해서는 뚜렷한 답을 제시하지 못했다.

화학 부문에서는 기존의 국내 생산, 기초제품 중심의 사업구조를 탈피해 중국 시장을 주목하고 있다. 현재 중국은 전 세계 화학제품 시장의 40%를 점유하고 전 세계 화학제품 시장 성장의 60%를 차지하고 있다. 김 사장은 “중국을 중심으로 한 소비자 중심의 생산능력을 확보토록 하겠다”고 말했다.

또 포장재(Packaging)와 자동차(Automotive)용 고부가 화학제품을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도 재편해 나갈 계획이다. 이미 포장재 분야 기술과 시장 확보를 위해 미국 다우케미칼의 EAA사업 인수를 진행하는 등 과감한 인수·합병(M&A)도 실행한다는 전략이다.

SK이노베이션은 이런 공격적 경영전략을 위해 꾸준히 체력을 비축해 왔다. 2014년 7조9000억원에 달했던 순차입금 규모는 지난해 9000억원대까지 낮아지면서 재무구조가 개선됐다. 올해 1분기에는 1조원이 넘는 매출을 기록하는 등 최근 영업실적도 좋은 편이다.

주력사업인 석유와 윤활유 부문에서는 글로벌 파트너링 확대를 통한 경쟁력 강화를 추진키로 했다. 동북아와 동남아, 중동을 연결하는 ‘3동(東) 시장’에서 생산-마케팅-트레이딩 연계 모델을 구축할 계획이다. 고급윤활유 핵심 원료인 그룹Ⅲ기유 시장에서는 지금의 글로벌 1위 시장지배력을 더욱 공고히 할 방침이다.

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