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 뒤끝 작렬!… 대형 벤치클리어링의 메커니즘

입력 2017-05-31 05:03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투수 헌터 스트릭랜드(오른쪽)와 워싱턴 내셔널스의 타자 브라이스 하퍼가 30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AT&T파크에서 열린 2017 미국프로야구(MLB) 정규리그 경기에서 주먹을 주고받고 있다. AP뉴시스
지난해 5월 텍사스 레인저스의 루그네드 오도어(오른쪽)가 거친 슬라이딩을 한 토론토 블루제이스의 호세 바티스타에게 강펀치를 날리는 모습. AP뉴시스
미국프로야구(MLB)의 강타자 브라이스 하퍼(워싱턴 내셔널스)와 투수 헌터 스트릭랜드(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30일(한국시간) 주먹을 주고받으며 대형 벤치클리어링을 촉발했다. 스트릭랜드는 3년 전 맞대결에서 홈런을 친 뒤 날아가는 타구를 감상했던 하퍼에게 앙심을 품고 보복성 빈볼을 던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MLB 선수들은 불문율을 중요시하는 문화 때문에 과거에 좋지 못했던 감정을 몇 년이고 담아뒀다 한 번에 터뜨리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이날 미국 샌프란시스코 AT&T파크에서 열린 워싱턴과 샌프란시스코의 정규리그 경기. 하퍼는 8회 스트릭랜드가 던진 시속 157㎞짜리 패스트볼에 엉덩이를 맞았다. 고의적인 빈볼이라고 판단한 하퍼는 화를 참지 못하고 배트와 헬멧을 집어던지며 마운드로 뛰쳐나갔다. 스트릭랜드가 먼저 주먹을 날리면서 난투극으로 이어졌다. 뒤이어 양 팀 벤치에 있던 선수들이 마운드로 우르르 몰려나왔고, 초대형 벤치클리어링이 일어났다.

미 언론은 이번 빈볼 사태가 2014년 내셔널리그 디비전시리즈에서 처음 촉발됐다고 보도하고 있다. 당시 하퍼는 그해 샌프란시스코에 입단한 신예투수 스트릭랜드를 상대로 멀티 홈런을 때려냈다. 그런데 하퍼는 장외로 날아가는 타구를 그윽하게 바라보며 미소를 지어 스트릭랜드를 자극했다는 것이다. 두 선수는 3년 만에 다시 만났다. 스트릭랜드는 빈볼 비율이 0.0074%에 불과할 정도로 타자를 볼로 거의 맞추지 않는 투수라는 점에서 이날 투구는 고의성이 짙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하퍼는 경기 후 MLB닷컴과의 인터뷰에서 “맞는 순간 빈볼임을 알아차렸다. 스트릭랜드가 왜 3년 전 일로 빈볼을 던졌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비난했다. 이에 대해 스트릭랜드는 “팬들이 하퍼와의 3년 전 일을 기억하고 있지만 그것은 단지 과거일 뿐”이라며 고의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뒤끝 있는 보복성 플레이에서 비롯된 MLB의 벤치클리어링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난해 5월에는 수비를 보던 2루수 루그네드 오도어(텍사스 레인저스)와 호세 바티스타(토론토 블루제이스)가 역대급 난투극을 벌였다. 당시 바티스타는 후속타자의 땅볼 때 2루 베이스를 향해 전력질주하며 거친 슬라이딩을 했다. 이에 격분한 오도어는 바티스타의 안면에 강펀치를 날렸고, 양 팀에서 총 8명의 선수가 퇴장당했다.

바티스타는 2015년 아메리칸리그 디비전시리즈 텍사스와의 5차전에서 역전 홈런을 때렸다. 바티스타는 홈런 친 뒤 배트플립(야구 방망이를 집어던지는 행위)을 해 텍사스 선수들의 심기를 거슬렸다. 호시탐탐 복수의 칼날을 갈던 오도어는 강펀치로 응징했다.

지난해 9월 야시엘 푸이그(LA 다저스)와 매디슨 범가너(샌프란시스코)간 충돌 역시 2년 전인 2014년 5월 경기의 사소한 행위가 발단이 됐다. 푸이그가 범가너를 상대로 홈런을 때린 뒤 베이스를 천천히 돌았다는 이유였다.

100년이 넘는 역사의 MLB는 우리나라와 달리 경기에서의 불문율을 어기는 상대에 대한 응징이 가차없다. 배트플립 등 상대를 조금이라도 존중하지 않는 행위를 할 경우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보복하는 등 우리로서는 이해하기 힘든 ‘뒤끝 작렬’이 왕왕 나온다. 다만 벤치클리어링에는 대가도 따른다. 오도어는 벤치클리어링 이후 MLB사무국으로부터 8경기 출장정지에 5000달러의 벌금을 받았다. 하퍼와 스트릭랜드도 비슷한 징계가 예상된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