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재활이나 복지에 관련이 없는 사람이라도 미국에 살았다든지 방문한 적이 있는 사람은 ‘굿윌(Good Will)’이라고 적힌 간판을 한 번쯤은 본 적이 있을 것이다.
굿윌 프로그램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곳에서 어떤 일을 하는지를 쉽게 알 것이고 우리 장애계에서도 이 프로그램이 직업재활 교과서에 수록되어 있을 만큼 잘 알려져 있다.
원래 굿윌은 ‘좋은 의지’, ‘훌륭한 뜻’이란 의미를 가진다. 굿윌의 설립 배경을 보면 우리네 지금 상황과 매우 비슷하다.
굿윌산업은 헬름즈(Helms) 목사에 의해 1902년에 설립됐다. 물론 인간에 대한 믿음과 사랑을 근본으로 하는 기독교정신이 뿌리였다. 당시 굿윌 운동을 일으키지 않을 수 없었던 국가적·사회적 이유가 있었다. 바로 엄청난 ‘경제 불황’때문이었다. 실업자가 양산되고 이민 온 사람이나 가난한 사람에게 직업은커녕 삶을 이어가는 것조차 어려웠다. 그런데 이것보다도 더욱 심각했던 건 바로 장애인들이었다. 경증 장애인조차 직장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였다. 이런 상황에 헬름즈 목사는 보스턴에 최초로 굿윌 공장을 설립했다.
굿윌 프로그램은 두 가지의 큰 방향성을 지니고 있다. 하나는 민간장애인직업재활기관으로서 일자리를 제공하는 고용창출 운동이고, 다른 하나는 쓰다 남은 물건이나 재활용할 수 있는 물품을 기증받음으로써 나눔으로 위기를 극복하는 ‘더불어 사는 운동’이었다.
굿윌은 청바지나 구두 가구 등 각종 물건을 기증받는 대신 기증자에게 세금혜택을 받도록 해준다. 기증받은 물품은 수선하는데 이 수선이 장애인에게 일감을 제공하는 것이다. 재활용과 고용, 기증이 동시에 일어나는 것이다.
굿윌 사업장에서는 직업재활을 4단계로 나눠 접수→평가→서비스/전달→결과 등의 단계로 진행한다. 이런 전문적 직업재활을 통해 중증장애인 보호고용의 전형과 새로운 가능성을 창출해 냈던 것이다.
현재 굿윌은 세계적인 장애인 보호고용 사업장의 전형으로 받아들여진다. 미국 본토에 160개 사업장, 2만5000여명이 고용돼 있고, 해외 22개국 34개 자매회사를 합쳐 194개 작업장에 6만 명 이상의 장애인을 고용하고 있다. 말 그대로 장애인 직업재활과 고용의 새장을 활짝 열어가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장애인들은 다가올 미래의 직업재활, 고용이 더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 속에 생활하고 있다. 이럴 때 권하고 싶은 운동이 바로 ‘한국형’ 굿윌 운동이다. 쓰다 남은 물건을 다시 활용하는 재활용사업을 장애인직업재활사업과 연계해서 개발·육성하고, 좋은 뜻과 의지, 그리고 더불어 살아가는 정신을 이 땅에 계속 승화, 발전시켜야 할 것이다.
손만석 대표(굿윌스토어 송파 사업장)
[특별 기고] 더불어 사는 운동 ‘굿윌’
입력 2017-06-01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