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중현 “음악은 저의 운명이자 천직”

입력 2017-05-30 20:55
신중현이 30일 서울 마포구 CJ아지트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후배들이 만든 헌정음반 ‘신중현 디 오리진’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뉴시스

“후배들이 저의 음반을 자신들만의 색깔로 재해석한 노래들을 들으면서 깜짝 놀랐어요. ‘이렇게 뛰어난 후배들이 있구나’라는 생각이 절로 들더군요. 정말 좋았습니다(웃음).”

한국 록의 대부로 통하는 신중현(79)은 30일 서울 마포구 CJ아지트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간담회는 후배 뮤지션들이 신중현에게 헌정하는 음반 ‘신중현 디 오리진(THE ORIGIN)’ 발매를 기념하는 자리였다. ‘신중현 디 오리진’은 국내 인디 뮤지션들이 1974년 발매된 ‘신중현과 엽전들’ 1집 수록곡(10곡)을 리메이크한 음반이다.

“신중현과 엽전들 1집은 한국적인 록을 보여주겠다는 야심을 품고 만든 앨범이었어요. 저는 아는 게 음악밖에 없는 사람이에요. 음악이 저의 운명이고 천직이죠. 저로서는 최선을 다해 살아왔다고 생각합니다. 음악을 떠나면 저라는 사람은 존재하지 않을 거예요.”

앨범은 CJ문화재단이 제작했다. 이 재단에서는 실력 있는 인디 뮤지션을 지원하는 프로그램 ‘튠업’을 운영하고 있는데, 음반은 ‘튠업’에 선정된 뮤지션들이 대거 참여했다. 밴드 블루파프리카 ABTB 아시안체어샷 등이 대표적이다. 밴드 장기하와얼굴들의 보컬 장기하, 크라잉넛 멤버인 박윤식 등은 음반 첫 트랙인 ‘미인’에 목소리를 보탰다.

총괄 디렉터는 뮤지션 정원영이, 프로듀서는 싱어송라이터 이이언이 각각 맡았다.

정원영은 “신중현과 엽전들 1집은 최고의 명반 중 하나일 것”이라며 “신중현 선생님을 어릴 때부터 동경했는데, 이번 작업에 참여할 수 있어 영광스러웠다”고 소감을 밝혔다.

신중현은 지난 13일(현지시간) 미국 버클리음대에서 세계적인 뮤지션 라이오넬 리치 등과 함께 이 대학이 수여하는 명예박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 뮤지션이 세계적 음악대학인 이곳에서 명예박사 학위를 받은 건 처음이다.

당시 학위 수여식에 참석한 신중현은 버클리음대 졸업 공연 무대에도 올라 솔로 기타 연주를 선보였다. 그는 “(버클리음대 명예박사 학위를 받은 건) 꿈같은 일이었다. 무대에서 (실력을) 과시하고 싶었는데 학교 측에서 내가 주문한 앰프를 준비하지 못해 제대로 보여줄 수 없어 아쉬웠다”며 미소를 지었다.

신중현은 박정희 대통령 집권 시절 대통령을 위한 곡을 만들라는 정부의 요구를 거절해 한동안 무대에 서지 못한 아픔이 있다. 그는 지난해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태에 관한 생각을 묻는 질문에 “너무 불행한 일”이라고 짧게 답했다.

음반에 담긴 음원 중 일부는 31일 공개되고, 나머지 곡들은 다음 달 7일 음원 사이트를 통해 들을 수 있다. CD는 다음 달 14일 출시된다. CJ문화재단은 음반 발매 열흘 뒤인 24일엔 CJ아지트에서 앨범 발매를 기념하는 콘서트도 개최한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