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의 출범으로 국정이 제대로 궤도를 찾아가고 있으며, 탄핵과 대선으로 불확실성이 제거됨에 따라 소비자들의 경기에 대한 기대가 한결 나아지고 있다. 주가지수도 연일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으며, 주택시장을 비롯한 각종 지표도 호전되고 있다. 속단하기 이르지만 수출을 중심으로 경기가 회복되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세계경제가 호전되면서 일시적인 현상이라는 지적도 있으나, 인사에 있어서 신선한 탕평책과 사회 전반에서의 새로운 변화 및 소통과 화합을 중시하는 새 정부의 리더십에 국민들이 신뢰감을 가지고 있다는 평가이다. 발 빠르게 경제팀을 구성하는 자신감에 국민들이 향후 경제 전망에 대해 낙관적으로 기대한다는 징표로 보인다.
‘경제는 심리’라는 구호처럼 소비자의 미래에 대한 전망이 좋아지고 불확실성이 제거되면 가계 지출이 증가하면서 시장이 활황을 이루게 되고, 기업 측면에서도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해소되면서 투자가 증대함에 따라 경기 회복의 순환구조가 작동될 수 있다. 다소 논란의 여지는 있으나 특히 인천공항공사를 방문하여 비정규직을 철폐하며, 우선 공공부문을 중심으로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대통령의 확고한 의지에 그동안 양극화와 청년실업 문제로 암울했던 사회 분위기가 한결 밝아질 것 같다. 추경을 통해 소득이 확대되고 내수를 활성화하겠다는 ‘사람 중심의 성장’이라는 구호에서 보듯이 소득 주도의 경제성장 구조가 확립될 것으로 기대한다.
현 경제상황에 대한 여러 지표에 못지않게 중요한 지표인 소비자의 경제현상에 대한 체감과 기대를 나타내는 소비자심리지수 또한 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이는 하반기 소비회복의 가시성이 높아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불과 몇 달 사이에 주변 경제여건이 크게 달라진 것이 없음에도 현 경제상황에 변화가 나타나는 것은 새 정부에 대한 신뢰감으로 경제주체들이 향후 경제를 낙관적으로 전망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차원에서 소비자심리지수를 국민신뢰지수라고 표현해도 될 듯하다.
정책결정자나 정책에 대한 불신이 경제에 대한 불안으로 발전하기도 한다. 지난 정부에서 우리는 세월호 사건으로 인해 정부가 진정으로 국민을 보호한다는 확신을 갖지 못했다. 또한 메르스 대책에서도 정부가 갈팡질팡한다는 인상을 갖게 됨에 따라 정부에 대한 신뢰를 버렸다. 홀로 구중궁궐에서 명령만 내리는 대통령과 참모들과 토론하는 대통령, 누구를 더 신뢰할 수 있나. 대통령의 언어가 국민과 다르고 정부에 대한 믿음이 없다면 국민은 그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해 기대를 버리게 된다. 따라서 불확실한 환경에 경제 주체 각자가 스스로 대비할 수밖에 없다는 자각을 하게 된다. 그 결과 인위적으로 주택가격을 부양하여 소비를 진작한다거나 대통령이 나서서 내수를 부추겨도 가계는 가용자원을 소비에 투입하기보다 저축 증대로 불확실한 미래에 대비해 왔다. 기업 또한 영업활동으로 축적된 이윤을 투자하기보다 사내 유보로 대처해 왔다. 대통령이 투자를 독려하거나 기업의 막대한 사내유보에 대해 과세한다고 한들 ‘정권은 유한하며 국가는 연속성을 갖는다’는 표현처럼 경제주체들은 호주머니를 닫아 왔다. 그 결과 소비와 투자가 부진하다 보니 내수가 부진하고 경제의 순환구조가 작동하지 않게 되었던 것이다.
새 정부와 경제팀은 국민의 신뢰를 잃지 않기를 바란다. 제대로 된 정책수립도 중요하지만 정부가 항상 국민을 위한다는 국민의 기대를 확립하기 바란다. 그러한 신뢰감만 있다면 국민은 정부를 믿고 어두운 터널을 헤쳐 나갈 것이다. 정부와 국민이 함께한다는 확신이 든다면 경제에 봄날은 가까이 있다.
남준우 경제학부 서강대 교수
[경제시평-남준우] 경제는 심리다
입력 2017-05-30 17: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