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직업 재활을 활성화하는 방법으로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동반고용이 가장 모범적인 모델이다. 세계 최초로 이 방법을 실천한 나라는 러시아다. 레닌이 볼셰비키혁명을 하는 과정에서 절친이었던 세르구노프가 시각장애인이 됐다. 세르구노프는 군수공장 책임자가 됐고, 이로 인해 동반고용 모델이 개발됐다. 시각장애인과 55세 이상 고령자가 함께 취업해 일하는 형태가 무려 90여년 전인 1928년에 시작됐던 것이다.
시각장애인들은 라디오 조립이나 군수물품 제작에 손재주가 뛰어났지만, 시각장애로 인한 활동에는 제한이 많았다. 그래서 정상인 고령자와 2인1조를 구성해 협력함으로써 생산성을 높이고 더불어 함께 일하는 공동체를 만들어 낸 것이다.
장애인 표준사업장 죠이프린라이프
한국에도 뇌성마비장애 아들과 비장애 어머니가 공동 사장인 동반고용 모델이 있다. 아들은 대학원에서 재활학 박사 과정을 공부할 만큼 학구파이며 장애인의 적합 직종 개발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비장애인 어머니는 장애인을 키운 노하우로 생산품을 생산하는 것은 물론, 탁월한 마케팅 전략을 수립해 표준사업장을 화장품업으로까지 발전시켜 나가고 있다.
바로 어머니인 죠이프린라이프 및 죠이라이프 정난희 대표(60)와 권성민 사장(40)이다. 정 대표는 “아들을 취업시키기 위해 무척 애를 썼지만 받아주는 곳이 없었고 유일하게 받아준 곳의 작업환경은 정말 열악했다”며 “월급은 교통비조차 안 되기에 보다 못해 아들과 함께 일하는 사업장을 만들 결심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정 대표는 4명의 발달장애인과 더불어 파일 제조와 박스 조립을 해 납품하기 시작했고 생산성을 높여 나갔다. 정확한 기일에 물건을 납품했다. 그 결과 회사는 점점 발전을 거듭했다.
현재 죠이프린라이프에는 사실상 혼자 직장생활을 하기 곤란한 중증 발달장애인 40명이 월 150∼300만원을 받으며 일하고 있다. 최근에는 죠이라이프란 화장품 회사도 따로 설립, 26여명의 직원이 전문브랜드(JUNGNANI·JNN)를 갖고 세계를 무대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여기도 7명의 발달장애인이 근무하고 있다.
죠이프린라이프의 성공사례는 단순직종을 잘 수행할 수 있는 발달장애인의 직업적 강점을 최대한 살려 분업화로 승부수를 띄운 게 큰 열매로 나타난 것이라 볼 수 있다.
지식정보사회에 부응한 문서지기
경기도 이천 마장면 소재 문서지기(대표 이태선)는 기록물 관리 전문회사다. 중요한 정보가 기록된 문서를 재해 방지 시스템이 완비된 공간에 보관하고 관리해 준다. 이 사업은 기업의 경제적 이익과 근무환경 개선에 기여하는 선진국형 서비스다.
문서 보관 및 파쇄 업무는 작업 자체가 발달장애인에 적합한 직종이다. 비장애인 관리자와 함께 일하는, 지식정보사회형 동반 고용 모델인 셈이다. 현재 이 회사엔 70여명의 발달장애인들이 적성에 맞는 분야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다.
이태선 대표는 “이천 제1정보센터를 비롯 5곳의 문서고와 정보화센터를 운영하며 기록물 특성에 맞게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주로 관공서 및 기업과 업무협약을 맺고 있다”며 “발달장애인들이 단순업무에서부터 전문성을 요구하는 분야까지 적절하게 배치돼 업무능률을 극대화하고 있다. 대우와 고용방법도 모두 만족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업무 형태가 발달 장애인에 적합하다는 점에서 이런 고용 형태를 다른 부분까지 계속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장애인 고용을 확대시킬 수 있도록 정부차원의 배려도 필요하다”고 했다.
현재 문서지기는 대통령기록관, 국립중앙박물관 등 공공기관과 K은행, K카드, C금융지주사 S대학병원, G그룹, L그룹, 법무법인, 회계법인 등 200여 기업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동반고용, 재활복지의 뉴 패러다임
‘최고의 복지가 일자리’라는 명제 아래 재활복지의 뉴 패러다임은 결국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일자리를 나누면서 동반으로 서로 윈윈하는 모형이 가장 최선이라는 결론에 이른다.
청각장애인과 수화 통역이 가능한 직업재활 전문 인력이 함께 애니메이션 일자리를 개발하고, 발달장애인 행정보조사와 사회복지 공무원이 동반 고용돼 일하는 형태 같은 것들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발달장애인 보조 사서와 일반 사서의 동반고용 모델이 확대되면 결국 시혜만 받는 장애인이 아니라 ‘세금 내는’ 장애인이 더욱 늘어날 것이고, 이로 인해 대한민국이 복지 선진국으로 달려가는 지름길이 되는 셈이다.
서울한영대 재활복지학과 오동록 교수는 “일반 공장에서도 분업화를 통해 한 라인을 구축하면 발달장애인과 동반 일자리 창출은 얼마든지 가능하다”며 “특히 한국에도 들어와 활성화 된 미국의 굳윌스토어 산업 모형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최적의 직업개발 모형으로 인정받고 있다”고 말했다.
김무정 선임기자 kmj@kmib.co.kr
[선진 재활복지의 뉴패러다임을 찾아서] 장애인 동반 고용… 회사도 동반 성장
입력 2017-06-01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