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훈, 국정원 ‘국내 정보기능 전면 폐지’와 선긋기

입력 2017-05-30 05:00
서훈 국가정보원장 후보자가 29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안경을 고쳐 쓰고 있다. 서 후보자는 국내 정치와 관련된 국정원의 정보수집활동을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윤성호 기자
서훈 국가정보원장 후보자가 문재인 대통령의 ‘국내 정보기능 전면 폐지’ 공약과 관련해 “국내 정치와 관련된 수집활동만 폐지하겠다는 뜻”이라며 선을 그었다. 또 국정원의 대공수사권 경찰 이관에 대해서도 유보적 입장을 드러냈다.

서 후보자는 29일 국회 정보위원회의 인사청문회에서 “문 대통령의 국정원 개혁 공약은 이행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문 대통령이 폐지를 약속한 국내 정보기능을 ‘국내 정치 관련 활동’으로 제한했다. 서 후보자는 “국내 정보와 해외 정보의 물리적 구분은 어렵다”며 “문재인정부가 없애겠다는 것은 국내 정치 관련 정보, 선거개입 행위, 민간인·기관 사찰 등”이라고 설명했다. 국정원 대공수사권 경찰 이관 공약에 대해서도 서 후보자는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그는 “현 상황에서 대공수사를 가장 잘할 기관은 국정원”이라면서도 “언제까지나 국정원이 대공수사권을 가질 수 없다”고 단서를 달았다.

서 후보자는 더불어민주당이 입법 저지를 시도했던 ‘테러방지법’의 필요성은 재확인했다. 서 후보자는 “(테러방지법은) 실정법으로 존재하고 있으므로 국정원 입장에서 현존하는 법은 이행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법 집행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이나 확대해석, 남용 등은 철저한 통제와 감시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했다.

서 후보자는 ‘국정원 댓글사건’과 ‘박원순 제압 문건’ 등 국정원의 국내 정치 개입 의혹을 재조사하겠다는 뜻도 재차 피력했다. 그는 “국가 차원의 물의가 있던 일에 대해서는 사실관계를 한번 살펴봐야 한다”며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지만 사실관계는 살펴봐야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댓글 사건 관련자 징계 여부도 “깊이 살펴보고 필요한 조치가 있다면 하겠다”고 검토 의견을 내비쳤다. 서 후보자는 지난해 4·13총선 직전 발표된 북한 해외식당 종업원 집단 탈북은 “너무 빨리 언론에 공개돼 평소와 다른 느낌”이라며 “북풍의 역사가 국정원에서 아픈 역사이며, 이런 아픈 역사를 끊어내겠다”고 밝혔다.

신경민 민주당 의원은 박근혜정부 시절 국정원 내에서 막강한 권력을 휘두른 의혹이 제기된 추모 전 국장을 언급하며 “추 전 국장의 악행은 지금도 원내에서 회자되고 있는데, 들여다본 적이 있느냐”고 물었다. 이에 서 후보자는 “사실관계는 깊이 알지 못한다”면서도 “원장에 취임하면 지휘권에 대한 어떤 도전도 용납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서 후보자는 북한 정권을 ‘실정법상 불법정권’으로 규정했다. 그는 “한반도의 유일한 합법정권은 대한민국”이라며 “(김정은 체제는) 안정적으로 기반이 강하다고 보기에 무리가 있다”고 평가했다. 또 북한의 주한미군 철수 요구에는 “저희가 용납할 수 있는 조건이 아니다. 제가 얘기하는 것은 주한미군이 철수하지 않은 상태에서의 평화협정”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미국과 중국이 보장하는 ‘2+2 체제’가 우리에게 가장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서 후보자는 KT스카이라이프로부터 월 1000만원의 고액 자문료를 특별한 활동 없이 받았다는 의혹과 관련해 “자문 제의를 처음 받았을 때 북한의 김정일 위원장이 죽고 김정은이 집권한 첫해였다”며 “나름대로 충실한 자문을 하고 받은 것이지 특정 금액을 요구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또 35억원으로 신고한 재산에 대해 “서민 혹은 젊은이들이 보기에 괴리감이 있을 것”이라면서도 “재산 증식 과정에서 위법이나 편법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글=최승욱 김판 기자 applesu@kmib.co.kr, 사진=윤성호 기자, 그래픽=박동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