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보험설계사·택배기사도 노동3권 보장돼야”

입력 2017-05-29 18:18 수정 2017-05-29 21:42
보험설계사, 택배 기사, 학습지 교사, 골프장 캐디 등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했던 특수형태 근로종사자의 노동3권(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을 보장하라고 국가인권위원회가 정부에 권고했다. 특수고용직 노동자의 노동3권 보장을 숙원(宿願)으로 삼아온 노동계는 반겼다. 문재인 대통령이 인권위 권한 강화를 지시한 만큼 이번 권고가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높다.

인권위는 29일 특수고용직 노동자의 노동3권을 보장하는 법률을 별도로 제정하거나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상 근로자에 특수형태 근로종사자가 포함되도록 관련 조항을 개정하라고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권고했다. 국회의장에게도 조속한 입법 노력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특수고용직 노동자는 다른 노동자처럼 사업주에게 노동력을 제공하고 대가를 받지만 형식상 개인사업자로 분류되는 이들로 학습지 교사, 택배 기사, 보험설계사 등이 여기에 속한다. 노동법의 보호를 받지 못해 사업주가 일방적인 계약 변경·해지(해고)나 보수 미지급(임금체불)을 해도 속수무책이었다. 산재보험도 적용받지 못했다. 형식상 사업자이기 때문에 노조를 만들기도 어려웠다.

특수고용직 노동자의 노동3권 보장은 노동계의 오래된 요구다. 노동계는 2000년부터 특수고용직 노동자를 노동법상 근로자로 인정하고 노동3권을 보장하는 입법을 해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2007년과 2015년에도 인권위가 특수고용직 노동자의 권리를 보호하라고 권고했지만 정부는 수용하지 않았다. 이번에는 문 대통령이 지난 25일 “인권위 권고 수용률을 높이라”고 지시한 직후 인권위가 권고를 내놔 여론의 주목을 받고 있다. 특수고용직들도 그동안 법외노조를 만드는 등 문제를 알리기 위해 계속 노력해 왔다.

민주노총은 성명을 내고 인권위의 권고 결정을 환영했다. 민주노총은 “인권위 권고 이행과 함께 국회에 계류돼 있는 노조법 개정안을 6월 국회에서 속히 처리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전국택배연대노조는 “계약해지 위협, 과도한 대리점 수수료, 하루 13시간에 이르는 장시간 노동에 내몰리고 있지만 노동법의 보호를 받을 수 없어 이런 불이익을 어디에도 하소연하지 못했다”며 인권위 권고를 적극 환영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반면 업계는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통합물류협회 관계자는 “업계가 전반적으로 힘든 상황”이라며 “노동3권을 보장하느라 무리하게 되면 시장의 존립 자체가 위협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사 입장에서는 비용 압박을 덜기 위해 설계사를 줄일 수밖에 없다”며 “고용 안정을 위한 정책이 외려 일자리를 줄일 수 있다”고 했다.

오주환 이가현 기자 joh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