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빼면 농사는 어떻게” - “안개 줄고 물 깨끗해질 것” 엇갈려

입력 2017-05-30 05:00
전국적으로 최악의 봄 가뭄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29일 오후 충남 천안시 광덕면에서 한 농민이 양수기를 동원해 물을 공급한 끝에 모내기를 하고 있다. 뉴시스

정부의 4대강 6개 보 개방 방침에 대해 지역에서 엇갈린 반응을 나타냈다. “큰 문제는 없다. 환영한다”는 입장도 있었지만 일각에선 우려의 목소리도 제기됐다.

29일 전국 지방자치단체 등에 따르면 영산강 죽산보의 수위는 기존 3.5m에서 최대 1m를 낮추지만 평균 수심은 2.5m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돼 영산강 뱃길 중단 사태는 빚어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당초 정부가 보 수위를 1.4m까지 떨어뜨릴 것으로 예상하면서 뱃길 중단 사태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었다.

전남 나주시는 낮아진 수위로 인해 유람선 승객들의 승하선이 다소 불편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지만 농업용수 공급에는 차질이 없을 것으로 예상했다. 죽산보 수위가 1m 낮아져도 현재 나주호의 담수율 45%, 관내 220곳의 평균 담수율이 63%를 기록하고 있어 농업용수가 부족하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공주보 수문 개방에 대해서는 지역에서 엇갈린 반응이 나왔다. 충남도는 공주보 개방에도 농업용수 공급에 문제가 없다고 전망했다. 허승욱 충남도 정무부지사는 “보 개방으로 도가 추진하고 있는 연안·하구 생태복원 사업과 역간척 사업이 탄력을 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공주시는 금강보 개방에 부정적이다. 최근 공주보 수문 개방에 신중을 기해 달라는 요구서를 국무조정실에 제출했던 시는 보령댐의 저수율이 역대 최저치인 10.5% 수준이어서 금강보를 상시 개방할 경우 보령댐 공급용수 부족 현상이 악화돼 서북부 지역의 가뭄 피해가 더욱 악화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낙동강 달성보와 강정고령보 등의 영향을 받는 대구 달성군과 지역 농민들은 농업용수 공급 차질을 우려했다. 달성군은 향후 보 수위가 기존 수위보다 1.5m 이상더 낮아지면 일부 양수장 가동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원활한 농업용수 공급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걱정하고 있다. 4대강 사업 이후 강변 레포츠 시설에 대거 투자한 지자체들은 시설물이 무용지물이 될까봐 노심초사하고 있다.

낙동강 하류 창녕함안보 인근 농민들도 보 상시 개방에 상반된 반응을 나타냈다. 길곡면 정산리 송모(56)씨는 “6월부터 본격적으로 논에 물을 대서 모내기를 해야 하는데 보에 물을 빼면 어떻게 농사를 짓느냐”고 반발했다. 하지만 창녕함안보 상류에서 고추농사를 짓고 있는 김모(46)씨는 “보를 개방하면 그동안 잦던 안개도 사라지고 물도 깨끗해질 것으로 보여 개방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나주·공주·달성·창녕=김영균 정재학 최일영 이영재 기자 ykk22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