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뭄 우려 일부만 개방… 녹조 완화 효과 적을 듯

입력 2017-05-30 05:00
전국적으로 최악의 봄 가뭄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29일 오후 충남 천안시 광덕면에서 한 농민이 양수기를 동원해 물을 공급한 끝에 모내기를 하고 있다. 뉴시스
다음 달 1일부터 4대강 보에 채웠던 물 일부가 개방되면서 전국적인 가뭄 현상이 심화될 것이란 우려가 커진다. 동시에 물 부족을 최소화하기 위해 보의 전면 개방을 보류하면서 녹조 완화 효과가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가 물 부족과 환경 회복 사이에서 딜레마에 빠진 모습이다.

농업용수 차질 없는 수준에서

김희겸 국민안전처 재난관리실장은 2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정부 합동브리핑을 갖고 “앞으로 강수량이 부족하면 경기 남부와 충남 지역에서는 농업용수 부족에 따른 농작물 피해가 우려된다”며 “정부 합동 ‘종합물관리 상황판’을 중심으로 가뭄 피해 최소화를 위해 총력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이달 말 현재 전국의 평균 누적강수량은 161.1㎜로 평년 292.7㎜의 56% 수준에 불과하다. 비가 적게 오면서 저수지 저수율도 61%에 그쳐 평년(75%)을 밑돈다. 정부는 6∼8월 강수량이 평년과 비슷하거나 적을 것으로 내다본다.

일단 정부는 농업용수 공급에 차질이 없는 수준으로 보의 수위를 낮추겠다고 했다. 이윤섭 환경부 기획조정실장은 “모내기철임을 고려해 농업용수 이용에 지장이 없는 수위인 1단계까지 개방하는 것”이라며 “농업용 양수장 취수나 수상레저 등 수변시설 이용에 영향이 없다”고 했다.

그러나 기후 상황을 정확히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에 앞으로 심각한 물 부족 사태가 일어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충남 서부지역의 보령 등 8개 시·군에 물을 대는 보령댐은 이미 지난 3월 25일 물 부족 정도가 ‘경계’ 단계에 도달했다. 계속 비가 오지 않으면 다음 달 말 ‘심각’ 단계로 상향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다음 달 1일부터 보령댐의 공급량 일부를 인근 댐에서 대체하는 급수체계 조정을 추진해 피해를 줄일 방침이다. 국민안전처는 모내기 이후 농업용수 확보를 위해 특별교부세 70억원을 긴급 지원했다. 가뭄이 심화될 경우 농림축산식품부의 가뭄대책비(93억원)를 빠르게 추가 지원하고, 예비비 투입도 적극 검토할 방침이다.

이 밖에 모내기철과 그 이후 영농에 차질이 없도록 관계부처가 함께 농업용수 필요 지역에 급수차를 보내는 등 수시로 긴급지원하기로 했다.

‘녹조 라떼’ 해소에 역부족

4대강의 보 개방은 환경을 회복하겠다는 목적으로 추진된다. 수질오염 우려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강물이 짙은 녹색으로 바뀌면서 ‘녹조 라떼’라는 신조어까지 생겼다.

하지만 농업용수 부족을 감안해 수위를 조절하면서 기대한 만큼 수질 개선 효과를 보지 못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정부는 생태계 변화 등을 살펴본 뒤 오는 10월 추가로 수위를 더 낮출지 결정할 방침이다. 녹조가 극심한 여름이 지나고 나서야 2단계 개방을 검토하겠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환경단체들은 정부 대책이 박근혜정부 때인 지난 2월 발표된 ‘댐·보·저수지 최적 연계운영 방안 보고서’나 지난 22일 발표된 녹조대책보다 후퇴했다고 지적했다. 당초 지하수제약수위까지 수위를 낮추는 방안이 검토됐지만 이번 대책에선 농번기를 이유로 양수제약수위로 방류 기준을 완화했다. 양수제약수위는 농업용 양수장 취수에 영향을 주지 않는 수위이고, 지하수제약수위는 주변 지하수에 영향을 주지 않는 수위다.

모내기철이란 점을 고려했다는 정부 해명이 군색하다는 반응도 있다. 환경운동연합은 “경남과 경북 지역의 누적 강수량은 평년 대비 95%, 저수지 저수율은 평년 대비 90∼94%로 가뭄 수준이 아니다”라며 “그럼에도 함안보나 달성보까지 소극적으로 수위를 낮추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고 했다.

이에 대해 이윤섭 환경부 실장은 “녹조가 많을 때 수위를 (1단계보다) 더 낮추지 못한 것은 아쉬운 부분”이라며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지만 일단 이번에 수위를 내리고 2단계로 더 내리면 효과가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세종=유성열 이도경 기자 nukuva@kmib.co.kr, 그래픽=박동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