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계, 대북 인도적 지원 재개 움직임 활발

입력 2017-05-30 00:02
한국교회들이 밀가루와 비료를 조선그리스도교연맹(조그련)에 지원하기 위해 1999년 10월 인천항에서 전달식을 갖고 있다. 국민일보DB
한국기독교북한동포후원연합회가 조그련에 후원한 X레이 검진차량과 밀가루 등을 실은 선박이 98년 10월 인천항을 출발하고 있다. 국민일보DB
새 정부 출범 이후 그동안 가로막혔던 남북 교류가 빠르게 재개되고 있다. 대북 지원을 해왔던 일선 단체들은 2010년 ‘5·24 대북조치’ 이후 경색됐던 대북 지원 활동이 단계적으로 회복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기독교계도 교단과 교회 연합단체들을 중심으로 북한 접촉 승인 신청을 서두르고 있다.

기독교계에서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가 통일부에 접촉 승인 신청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조선그리스도교연맹(조그련)과 교류해 온 NCCK는 방북 승인을 받으면 실무진과 회원교단 대표 20여명이 참여하는 방문단을 꾸릴 예정이다. NCCK는 2014년 이후 남북교회 공동기도회 등 북한 교회와의 인적 교류를 하지 못했다. 대신 부활절 기도문 공동작성 등 제한적 차원에서 교류하며 조그련과 관계를 이어왔다.

북한을 지원하는 국내 56개 단체가 참여하고 있는 대북협력민간단체협의회(북민협)도 최근 회의에서 10여개 회원단체가 통일부에 접촉 승인을 냈다고 보고했다. 통일부도 지난 2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가진 정례브리핑에서 19개 민간단체가 접촉 승인 신청을 냈다고 구체적인 숫자를 언급했다.

북민협 회원단체인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사회봉사부 이형채 간사는 “그동안 인도적 차원의 대북 지원조차 쉽지 않았는데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이 접촉 승인을 받아 방북을 진행하고 있는 만큼 그동안 단절됐던 남북 교류가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했다.

2007년 12월 4일 평양에 착공한 뒤 현재 잠정 중단된 ‘조용기심장전문병원’의 공정을 검토하기 위해 여의도순복음교회도 남북교류 추이를 살펴 북한 접촉 신청을 할 것으로 보인다. 여의도순복음교회 홍보국장 음한국 목사는 “5·24 대북조치 이후 찾지 못했던 조용기심장전문병원을 방문하기 위해 북한 접촉 신청을 할 예정이지만 정확한 시점은 논의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새 정부 출범 이후 방북을 염두에 둔 대북 접촉 신청이 늘어난 것은 남북 간 긴장완화와 화해를 바라는 심리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지난 25일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도 “인도적 지원은 인간의 고통을 대하는 인류 보편의 가치이므로 정치적 고려와는 별도로 해야 한다”고 말해 북한과의 교류 확대에 대한 기대감을 고조시켰다.

남북 교류 확대에 대한 청신호가 켜졌지만 북한이 지속적으로 미사일 발사 실험을 하고 있는 현실도 무시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크다. 박영환 서울신대 한국기독교통일연구소 소장은 “그동안 한국교회가 해 온 대북 지원의 과정과 결과를 면밀히 분석해 시행착오를 줄여야 한다”며 “노인과 어린이, 여성을 돕는 인도적 지원은 교회가 마땅히 감당해야 할 사명이지만 북한에 공장을 세운다거나 농사법을 전수하는 등의 인프라 구축은 정부는 물론이고 국제 사회와 보조를 맞추며 시간을 두고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전문가들은 또 대북 지원을 통해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이끌어 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수봉 기독교북한선교회 사무총장은 “교회의 인도주의적 지원은 마땅히 감당해야 할 사랑의 실천”이라면서 “무엇보다 지원의 결과는 북한이 대화의 자리로 나오도록 이끄는 것에 있는 만큼 지혜로운 지원과 교류가 필수적”이라고 했다.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