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자체 로드맵 따라 ‘미사일 마이웨이’ 지속

입력 2017-05-30 05:03

북한이 29일 문재인정부 출범 후 세 번째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것은 자체 미사일 개발 로드맵에 따른 행보이자 동시에 대화 국면을 대비하는 다중포석의 성격이 짙다.

북한은 문재인정부가 들어선 이후인 지난 14일 신형 중장거리탄도미사일 ‘화성 12형’을 시험발사한 뒤 미국 하와이와 알래스카를 사정권에 두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지난 21일 ‘북극성 2형’을 발사하며 대량 생산 및 실전배치 사실을 알렸다. 북극성 2형은 유사시 미군의 증원 통로인 주일미군기지를 타격할 수 있는 성능을 갖춘 것으로 판단된다. 마지막으로 남한을 사정권으로 둔 스커드 계열로 추정되는 미사일을 이날 발사했다.

북한의 잇따른 미사일 발사는 각기 다른 미사일을 통해 미국과 일본, 한국을 차례로 겨냥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사거리뿐만 아니라 발사 방식도 액체연료와 고체연료를 섞어 사용하며 기술적으로 다양화돼 있음을 보여줬다. 지난 27일 발사한 ‘KN-06’ 역시 탄도미사일은 아니지만 방어용 미사일의 기술적 진척을 과시한 것으로 보인다. 자체 개발 로드맵에 따라 미사일을 다종화하고 있음을 대내외에 알린 것이다.

짧은 기간에 집중적으로 미사일을 발사하는 것 자체가 대화 국면을 의식한 행보라는 해석도 있다. 대화의 전제조건이 핵·미사일 실험 중단이나 유예가 될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최대한 기술적 진전을 이뤄내겠다는 생각이다. 국제사회를 자극할 수 있는 핵실험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같은 ‘레드라인’은 넘지 않고 있는 것도 대화 국면을 의식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바둑으로 치면 현재 한국, 미국, 중국은 대화를 위한 포석을 끝내고 기다리는 상황이고 북한은 여전히 포석을 구축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우리 정부는 북한의 잇따른 도발에도 ‘민간 교류 유연화’ 방침을 이어가기로 했다. 이덕행 통일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인도지원 별개 방침이 변함없느냐’는 질문에 “남북관계 단절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하지만 도발이 계속될 경우 6·15 공동선언 행사 참석을 위한 방북 승인 등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글=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 그래픽=공희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