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부에 포위 당한 美외교·안보

입력 2017-05-30 05:03

미국에서 군부가 외교와 안보를 좌지우지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외관상으로도 미 행정부가 외교·안보 분야에서 지금껏 고수해온 ‘문민 통제(Civilian Control)’ 기조가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28일(현지시간) 외교·안보 정책의 컨트롤타워인 국가안보회의(NSC) 내 25개 보직 중 8곳이 전·현직 군 장성들로 채워져 있어 주요 대외정책이 강경 기조로 기울 수밖에 없는 진용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아프가니스탄 전략 변화를 논의하는 백악관 회의에서 이들 군 출신 ‘매파’들은 병력 증강 등의 강경책을 고수해 미 국무부와 갈등을 빚기도 했다.

실제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과 함께 군 출신 인사들의 외교·안보 라인 발탁은 눈에 띄게 두드러진 현상이다. 현역 육군 중장인 허버트 맥매스터 국가안보보좌관과 해병 대장 출신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역시 해병 대장 출신인 존 켈리 국토안보장관, 조지프 던퍼드 합참의장(해병 대장)이 대표적인 군부 인사들이다.

앞서 낙마한 마이클 플린 전 국가안보보좌관(육군 중장 출신)도 취임 초기 군 출신 인사들을 NSC에 채워 넣었고, 맥매스터 보좌관 역시 군 출신을 참모진에 전진 배치했다. 트럼프 행정부 NSC에 포진한 군 출신 인사들은 2명에 불과했던 전임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NSC와 비교해 볼 때 압도적으로 많다.

WP에 따르면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이런 모습이 군사력 과시를 선호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의지에 따른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근 미군 배치 지역에서 현장 지휘관들의 작전권과 재량권 행사를 대폭 확대한 것도 군에 전폭적인 신뢰를 보내는 미군 통수권자의 성향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군 출신 인사들이 이라크와 시리아, 예멘 등지의 문제를 단기간에 해결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고 지적하며, 이들이 미국의 영향력과 힘에 대해 폭넓고 균형 있는 시각을 갖지 못했다는 점에도 우려를 나타냈다.

육군 대령으로 예편한 앤드루 바세비치 보스턴대 역사학과 교수는 WP에 “경험에서 벗어나 비판적인 시각에서 동료들을 바라볼 수 있는 인물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며 “군 출신 인사들은 자신들이 전쟁터에서 걸어온 길이 잘못된 것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자각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구성찬 기자 ichthu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