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디로 정신 나간 주장입니다.”
29일 서울중앙지법 417호 대법정. 주진형 전 한화투자증권 대표는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 심리로 열린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61)씨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 이렇게 밝혔다. 올해 초 박 전 대통령이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을 돕는 건 올바른 정책 판단이었다”고 한 발언을 특검 조사 과정에서 비판했다는 증언이었다.
그는 특검에서 “이런 발언은 한마디로 정신 나간 주장이고, 국제 자본의 국내 시장에 대한 불신만 초래한다”며 “향후 국제소송의 빌미도 제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진술했다. 이렇게 진술한 이유를 주 전 대표는 “박근혜 피고인이 당시 어떻게 생각했든 법에 개입한다는 표현을 한 것이라 문제가 많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주 전 대표는 거침이 없었다. 그는 “이번 합병은 시너지를 얻기 위한 게 아니라 삼성물산이 가진 삼성전자 지분을 먹고 싶은 이재용 부회장의 욕심 때문에 이뤄진 것”이라며 “시너지를 운운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다”고 했다. 또 국민연금공단이 삼성물산 합병에 찬성한 뒤 공단 측 주식의결권행사 전문위원회 위원인 박창균 중앙대 교수에게서 ‘선배님, 그게 청와대 뜻이라고 하네요’라는 말을 들었다며 “무슨 반대급부가 있기에 청와대가 이러나 했는데 나중에 정유라 승마 지원, 재단 출연 사실 등을 접하며 이런 게 반대급부라고 생각했다”고 증언했다.
박 전 대통령 측은 격렬하게 반발했다. 유영하 변호사는 “박 교수는 청와대 뜻이라는 얘기를 청와대 누구에게 들었냐”며 “승마 지원 등이 (합병 찬성의) 반대급부라고 생각한 근거가 무엇이냐”고 추궁했다. 주 전 대표는 “(박 전 교수가) 누구에게 들었는지는 모른다”며 “삼성그룹에 있었던 제가 보기에 박근혜 피고인과 가까운 최서원(최순실) 피고인에게 거액을 삼성이 지원한 건 유례없이 독특한 일”이라고 했다.
최씨 측도 반격에 나섰다. 이경재 변호사는 “평소 자신과 다른 생각을 들으면 정신 나간 주장이란 표현을 쓰나”라면서 “삼성물산 합병이 이 부회장의 욕심이라고 판단한 근거가 무엇이냐”, “삼성물산 합병 목적은 삼성그룹 지배력 강화만 있는 건 아니라는 반대 의견도 있는데 증인의 독단적 생각 아니냐”고 추궁했다. 주 전 대표는 “판단이라는 게 본인이 생각해서 하는 것 아니냐”며 “반대 의견이 있으면 다 독단이냐”고 쏘아붙였다.
법정에서 6일 만에 재회한 박 전 대통령과 최씨는 여전히 냉랭한 분위기였다. 최씨는 법정에 들어서며 박 전 대통령을 몇 차례 곁눈질했지만, 박 전 대통령은 변호인단과 대화만 나눌 뿐 최씨 시선은 철저히 외면했다. 박 전 대통령 측 변호인은 “최씨 측보다 먼저 반대신문을 하고 싶다”고 요구하기도 했다. 증언을 마친 주 전 대표를 두고 재판부가 “피고인들이 직접 묻고 싶은 건 없느냐”고 하자 박 전 대통령은 “없습니다”라고 했다. 최씨도 곧바로 없다고 했다.
글=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 사진=최현규 기자
삼성 합병 관련 공방… 주진형 “박근혜, 정신나간 주장”
입력 2017-05-29 17:43 수정 2017-05-29 2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