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HD(고화질)보다 4배 높은 화질을 제공하는 지상파 UHD(초고화질) 방송이 우려 속에 31일 수도권에서 본방송을 시작한다. 하지만 UHD TV가 있어야 하고 별도 안테나와 수신기가 필요해 실제 UHD 방송을 볼 수 있는 시청자는 소수에 불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지난해 9월 UHD 방송 표준을 미국식(ATSC 3.0)으로 결정했다. 표준이 결정되기 전 국내에 출시된 UHD TV에는 유럽식(DVB-T2) 수신칩이 탑재됐다. 이 때문에 2013∼2016년 UHD TV를 구매한 소비자들이 국내에서 UHD 방송을 보려면 별도의 수신기를 구매해야 한다. 삼성전자는 이 수신기를 6만9000원에 판매하고 6월 한 달간은 3만9000원으로 할인한다.
안테나도 따로 사야 한다. 지상파 방송사가 IPTV나 위성방송 등 유료방송 사업자에는 재송신을 하지 않겠다는 방침이어서 지상파를 직접 수신해야만 지상파 UHD 방송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집에서 지상파 UHD 방송을 보려는 시청자는 유료방송을 보고 있더라도 직접 수신으로 설정을 변경해야 한다. 국내 가구 가운데 지상파 TV를 직접 수신하는 비율은 5%가 채 되지 않는다.
부족한 콘텐츠도 걱정거리다. 올해 제공되는 UHD 콘텐츠는 전체 지상파 편성의 5%에 그칠 전망이다. 미래창조과학부는 UHD 콘텐츠 제작을 위해 사업자들에 56억4000만원을 지원했다. 업계 관계자는 29일 “정부가 지상파 UHD 방송을 강하게 밀어붙인 데 비해 알맹이가 없는 느낌”이라며 “많은 시청자들이 UHD 콘텐츠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정부가 정책 방향을 명확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심희정 기자 simcity@kmib.co.kr
지상파 UHD 본방송 부실한 출발
입력 2017-05-29 18:15 수정 2017-05-29 20: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