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아파트 매매가가 32주 만에 최고 상승률을 기록하며 고공행진을 하고 있는 가운데 건설업계의 재건축·재개발 수주 전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부활과 문재인 대통령의 ‘도시재생 뉴딜’ 사업의 본격 추진을 앞두고 제한된 먹거리를 선점하기 위한 건설사들의 신경전이 심화하는 형국이다.
29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지난 23일 열린 서울 공덕1구역 재개발 현장설명회에 11개 건설사가 참여했다. 현대건설·포스코건설·GS건설·롯데건설 등 대형사뿐 아니라 태영건설·우미건설 등 중견사도 포함됐다. 지하 3층∼지상 20층 아파트 11개동, 1101가구를 새로 짓는 대형 사업이라 인기가 높다는 게 조합 측 설명이다.
방배5구역 재건축 사업도 ‘뜨거운 감자’다. 조합이 지난 3월 기존 시공사였던 프리미엄사업단(GS건설·포스코건설·롯데건설 컨소시엄)과 계약을 해지하고 새롭게 시공사 선정에 나섰기 때문이다. 지난 15일 현장설명회에는 삼성물산·현대건설·포스코건설·대림산업 등 무려 16개 건설사가 참여했다. 특히 삼성물산의 경우 1년6개월여 만에 강남권 재건축에 관심을 보여 화제를 낳기도 했다.
서울 대조1구역 재개발 사업지의 경우 지난 12일 입찰을 마감한 끝에 현대건설과 대우건설이 경쟁을 벌이게 됐다. 공사금액은 4600억원대로, 올 들어 서울지역에서 나온 재개발 사업지 중 가장 큰 규모다. 지난 3월 과천주공1단지 재건축을 둘러싸고 맞붙은 양대 건설사가 다시 경합을 벌이는 셈이다.
건설사들이 앞다퉈 도시정비사업에 나서고 있는 것은 정부의 대규모 택지개발 중단 정책으로 주택을 지을 땅 확보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미분양 위험이 낮다는 점도 건설사엔 이점이다. 실제로 올 1분기 건설사의 전국 정비사업 수주 실적은 7조2000억원 수준으로 지난해 1분기(5조5000억원)에 비해 30%가량 늘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5월 넷째 주 서울 재건축 아파트 매매가가 전주에 비해 0.43% 오르며 32주 만에 최고 상승률을 기록하는 등 재건축의 인기가 식지 않고 있다”며 “건설사들도 재건축·재개발을 우선으로 조직이나 사업구조를 정비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특히 내년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부활을 앞두고 건설업계가 사업에 속도를 내면서 경쟁이 치열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강남 일대 재건축 조합들도 층수를 놓고 갈등을 빚던 서울시의 ‘35층 규제’를 받아들이는 추세다. 문재인정부의 도시재생 뉴딜 사업도 변수다. 재개발 사업 규모가 축소될 수 있다는 우려에 본격적인 도시재생 정책 시행 전에 재개발 사업지를 유치하려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하반기 이후 물량 공급과잉과 각종 변수가 생기기 전에 최대한 먹거리를 확보해 놓자는 게 건설사의 전략”이라며 “다만 무리한 조건을 내놓을 경우 자칫 소송에 휘말려 막대한 손실을 볼 수 있어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글=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 그래픽=이은지 기자
건설업계 수주 전쟁으로 뜨거운 재건축·재개발 시장
입력 2017-05-30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