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29일 강원도 원산 일대에서 단거리미사일 스커드-C로 추정되는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는 올 들어 9번째이고 문재인정부가 출범한 뒤 3번째다. 합동참모본부는 “북한이 오전 5시39분쯤 스커드 계열로 추정되는 미사일을 동해상으로 발사했다”며 “최소 1발 이상 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궤도가 파악된 1발의 미사일은 최고고도 120여㎞, 비행거리는 450㎞였다. 궤도상으로 보면 스커드-C 계열 미사일이 정상적으로 발사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일본 언론들이 미사일의 궤도가 불규칙했다고 보도하고 있어 신형미사일 시험발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합참 관계자는 “미사일 궤도가 불규칙했던 것은 이번에 발사된 미사일 발수와 관련이 있다”며 신형미사일 가능성은 낮게 평가했다. 북한이 여러 발을 동시에 발사해 우리 군의 탐지능력에 혼선을 주기 위한 것일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합참의 분석대로 스커드-C 미사일이라면 올 들어 북한이 숨 가쁘게 실시했던 미사일 시험과는 성격이 다르다. 북한이 올해 실시한 미사일 시험발사는 대부분 신형미사일이었다.
북한은 2월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지상용으로 개량한 신형 ‘북극성 2형’ 발사를 시작으로 5월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화성 12형’ 미사일 등 새 미사일을 선보였다. 북극성 2형은 고체연료엔진을 사용한 것으로 북한 미사일이 액체연료 위주에서 고체연료로 이동하는 신호탄으로 해석됐다. 화성 12형은 미국 하와이를 타격할 수 있는 중장거리탄도미사일로 일본의 미군기지와 괌 기지를 타격할 수 있는 노동·무수단 미사일에 이어 하와이 태평양사령부까지 타격할 수 있는 수단을 확보했다는 의미다.
북한이 원산 근처에 배치돼 있지 않은 스커드-C 미사일을 이동해 발사한 것은 원하는 지점에서 언제든 발사할 수 있다는 의지를 보여주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한·미 해군의 연합훈련을 겨냥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미 해군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비해 지난달 말부터 동해상에서 미국 핵추진항공모함 칼빈슨호가 참가하는 해상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하지만 북한이 실전배치한 지 오래된 스커드-C를 시험 발사할 이유가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때문에 이 미사일이 김일성 주석 105주년 생일인 지난 4월 15일 열병식에서 선보였던 신형 스커드 미사일일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신형 스커드 미사일은 탄두에 4개의 날개가 있었고 길이는 약 16m로 노동미사일보다는 작고 기존 스커드보다는 길다.
북한이 또 신형 지대함탄도미사일(ASBM)을 발사했을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ASBM은 북한 쪽으로 접근하는 함정을 공격할 수 있는 미사일로 고정 목표물을 타격하는 미사일보다 높은 기술이 요구된다. 장영근 항공대 교수는 “궤도가 불규칙했다는 것은 기동식재진입체(Marv)를 장착한 지대함미사일일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27일 북한이 요격미사일인 ‘번개 5형(KN-06)’을 시험발사한 데 이어 ASBM까지 발사해 다양한 미사일 능력을 보유하고 있음을 과시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긴급소집을 지시했다.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오전 7시30분 개최된 NSC 상임위에서는 북한 미사일 발사에 대한 대응방안이 논의됐다.
글=최현수 군사전문기자 hschoi@kmib.co.kr, 그래픽=박동민 기자
文정부 들어 3번째… 北, 보란 듯 또 미사일 도발
입력 2017-05-29 18:10 수정 2017-05-29 2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