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표 국정기획자문위원장이 각 부처의 업무보고와 관련해 “새 정부의 국정철학을 관료들이 제대로 공감하지 못한 측면이 많다”며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국정기획위는 29일 서울 종로구 금융감독원연수원에서 제2차 전체회의를 갖고 지난주까지 완료한 29개 부처 업무보고에 대한 평가와 향후 위원회 운영 방안 등을 논의했다.
김 위원장은 모두발언에서 “업무보고를 받으면서 부족한 부분이 많다고 느낀다”며 “대체로 기존 정책을 길만 바꾸는 ‘표지갈이’가 많이 눈에 띈다”고 지적했다. 이어 “사실 과거 잘못된 행정 관행에 대한 자기반성을 토대로 바뀌려는 진정성이 있어야 하는데 잘 안 느껴진다. 또 조직 이기주의가 아직 남아 있어 부처에 유리한 공약은 뻥튀기하고 불리한 공약은 애써 줄이려는 게 눈에 띈다”고 덧붙였다.
김 위원장은 공직자들이 지난 9년간 보수정부의 국정철학에 동화된 점을 원인으로 지적했다. 그는 “우리의 중요한 과제는 촛불민심을 받는 것”이라며 “아직까지 공직자들은 이 점에 대해 우리와 감(感)이 다르다”고 표현했다. 특히 “새 정부의 기조, 좋은 일자리 창출을 통해 성장, 고용, 분배가 ‘골든트라이앵글’을 이루면서 일체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것에도 이해가 부족하다”고 했다. 문재인정부의 최우선 과제이자 30일 1차 합동 업무보고가 예정된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에 대해 각 부처의 적극적인 정책 뒷받침을 강하게 주문한 것이다.
김 위원장은 정보보안 문제도 재차 거론했다. 그간 국정기획위는 브리핑 창구를 단일화하고, 보고서 유출을 이유로 26일 국민안전처 업무보고를 취소할 정도로 ‘철통 보안’에 신경 써 왔다. 김 위원장은 “몇 개 부처 업무보고가 국정기획위에 전달되기도 전에 보도돼 당혹스러웠다. 토론을 통해 많은 게 바뀔 수 있는데 확정된 정책처럼 알려지면 정부 신뢰가 크게 떨어진다”고 우려했다. 이어 “밥을 지을 때 중요한 게 뜸 들이는 것인데 맛있는 밥을 만들 수 있게 준비해주면 감사하겠다”며 “설익은 정책이 유출되지 않게 특별히 신경 써 달라”고 강조했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
김진표 “기존정책 표지갈이 많아… 공직자 진정성 안 느껴져”
입력 2017-05-29 18: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