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0회 칸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의 영예는 스웨덴 출신 루벤 외스틀룬드(43) 감독의 ‘더 스퀘어’에 돌아갔다. 경쟁부문에 올라 수상 여부에 관심이 쏠렸던 봉준호(48) 감독의 ‘옥자’와 홍상수(57) 감독의 ‘그 후’는 무관에 그쳤다.
올해 칸영화제는 28일(현지시간) 프랑스 칸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폐막식을 열고 12일간의 대장정을 마무리했다. 경쟁부문 진출작 19편의 감독·배우를 비롯한 전 세계 영화계 인사들이 참석해 축제의 밤을 빛냈다.
초미의 관심이 쏠린 황금종려상 수상작에는 ‘더 스퀘어’가 호명됐다. 영화는 광장에서 설치 전시를 하게 된 예술가와 홍보 업체의 계획이 엇나가며 벌어지는 소동을 그렸다. 비교적 화제성은 떨어졌으나 작품 완성도 면에서는 호평을 받은 작품이다.
강력한 후보로 거론됐던 프랑스 출신 로뱅 캉피요(55) 감독의 ‘120 비츠 퍼 미니트(120BPM)’는 심사위원대상(그랑프리)을 차지했다. 심사위원상은 영화제 기간 가장 높은 평점(3.2점·4점 만점)을 받은 ‘러브리스’(감독 안드레이 즈뱌긴체브)에 돌아갔다.
감독상은 미국 남북전쟁 배경의 영화 ‘매혹당한 사람들’을 연출한 소피아 코폴라(46) 감독이 받았다. 여성감독이 칸영화제 감독상을 수상한 건 역사상 두 번째이자 56년 만에 처음이다.
남우주연상은 ‘유 아 네버 리얼리 히어’(감독 린 램지)의 호아킨 피닉스(43)가, 여우주연상은 ‘인 더 페이드’(감독 파티 아킨)의 다이앤 크루거(41)가 각각 수상했다. 올해 무려 4편의 영화로 칸 초청을 받은 니콜 키드먼(50)은 ‘70회 칸영화제 기념상’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경쟁부문에 진출한 한국영화 두 편은 모두 수상에 실패했다. 동영상 스트리밍 업체 넷플릭스가 제작한 ‘옥자’는 상영 방식 논란에 휩싸여 영화제 초반 현지를 떠들썩하게 했다. 홍 감독과 김민희가 네 번째로 호흡을 맞춘 ‘그 후’는 영화제 중반까지 최고 평점을 받으며 수상 가능성을 높였으나 결국 고배를 마셨다.
수상은 불발됐으나 한국영화계로서는 유의미한 성과를 거뒀다. 경쟁 2편을 포함한 총 다섯 편의 작품이 대거 초청을 받으면서 한국영화의 높아진 위상을 재확인시켰다. 박찬욱(54) 감독은 경쟁부문 심사위원에 위촉되기도 했다.
홍 감독은 ‘그 후’ 이외의 또 다른 작품 ‘클레어의 카메라’로 스페셜 스크리닝에도 소개됐다. 한 감독의 두 작품이 동시에 초청되는 이례적인 기록을 세운 것이다. 비경쟁부문 미드나잇 스크리닝에 초청된 김옥빈 주연의 ‘악녀’(감독 정병길)와 설경구·임시완 주연의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감독 변성현)은 뜨거운 현지 반응 속에 해외 판매에 활기를 띠고 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봉준호·홍상수 무관, 그럼에도… 칸영화제가 남긴 것
입력 2017-05-29 2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