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새 정부, 김정은 의도 제대로 파악하고 있나

입력 2017-05-29 17:24
북한이 또 미사일 도발을 했다.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벌써 세 번째다. 합동참모본부는 “북한이 29일 오전 5시39분쯤 강원도 원산 일대에서 스커드 계열로 추정되는 탄도미사일을 발사해 450여㎞를 비행했다”고 밝혔다. 앞서 북한은 지난 14일 미국 알래스카를 사정권에 둔 중장거리 탄도미사일 ‘화성-12형’을, 21일에는 고체 연료 기반의 중거리 탄도미사일 ‘북극성-2형’을 시험발사해 모두 성공했다. 올 들어 9차례나 미사일을 쏘아댔다.

이에 대응해 문 대통령은 첫 도발 때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직접 주재했고 두 차례 발사에는 NSC 상임위를 소집하라고 지시했다. ‘도발→회의 개최→대북 경고→도발’의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대처가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대북제재라는 정치 상황과 무관하게 인도적 지원을 하겠다는 입장을 정한 것이다. 통일부는 26일 민간단체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의 대북접촉 신청을 승인했다. 또 새 정부에선 5·24조치(천안함 폭침에 따른 제재조치) 해제나 개성공단 및 금강산 관광을 재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공공연하게 나온다.

그러나 정부의 유화 제스처에도 불구하고 김정은은 갈 데까지 가보자는 식으로 핵·미사일 전력 고도화에 사활을 걸고 있다. 과연 문재인정부가 김정은의 의도를 제대로 파악하고서 정책 전환을 추진하고 있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는 이유다. 이 국면에서 ‘정치 상황-인도 지원 분리’ 정책이 긍정적 효과를 거둘 수 있을까 싶다. 오히려 북한에 오판할 빌미를 주는 동시에 한·미동맹의 균열을 초래할 위험성이 있다. 이미 미 국무부는 북한 관광이 핵·미사일 자금원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고, 의회조사국은 한국 정부와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정책이 충돌할 수 있다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새 정부가 남북관계를 풀겠다는 의욕에 앞서 한·미 공조와 국제사회 대북제재의 틀을 깨는 우를 범해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