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격감 잡으니 효자 용병 됐네… SK 괴력의 로맥·삼성의 대기만성 러프

입력 2017-05-30 05:02

‘감 잡으니 빛 발하네.’

한국 프로야구(KBO) 무대에 적응을 마친 두 외국인 타자가 소속팀의 중·하위권 탈출을 위한 효자 용병 노릇을 하며 각광을 받고 있다. 괴력의 제이미 로맥(SK 와이번스)과 대기만성형인 다린 러프(삼성 라이온즈)가 그 주인공이다.

로맥은 어깨 부상으로 재활만 하다 짐을 싼 대니 워스의 대체선수로 SK에 영입돼 이달 초 한국 무대를 처음 밟았다. 로맥은 2015년 미국프로야구(MLB) 트리플A에서 27홈런 100타점의 일발장타를 뽐냈고 올해에도 마이너리그 ‘4월의 선수’로 꼽힐 정도로 파괴력이 검증된 선수다. 내외야 수비도 모두 가능하다는 점에서 공수 양면의 활용도가 높을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SK의 예상은 적중했다. 로맥은 지난 11일 두산 베어스전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16경기에서 타율 0.268를 기록 중이다. 단순한 타율보다 눈길을 끄는 것은 홈런 비율이다. 15개의 안타 중 7개를 홈런으로 장식했다. 안타 2개 중 1개가 홈런일 정도로 괴력을 발휘하고 있는 것이다. 올 시즌 거포군단으로 발돋움한 SK 타선의 화력에 불을 지피는 모양새다.

SK는 올해 최정(15개)을 필두로 한동민(14개) 김동엽(10개) 이홍구(9개) 등이 거포의 위용을 뽐내는 가운데 로맥까지 홈런 레이스에 가세했다. SK는 팀 홈런 82개로 부문 공동 2위인 두산과 삼성(이상 48개)을 압도적으로 제치고 1위를 질주 중이다.

미국에서 건너온 러프는 올 시즌 초반 한국야구에 적응하지 못하고 극심한 슬럼프에 빠졌다. 러프는 개막 후 4월 한 달 동안 타율이 고작 0.150에 그쳤다. 이에 삼성은 ‘4번 타자’로 활약하다 이적한 최형우(KIA 타이거즈)의 공백을 메우지 못하고 꼴찌로 추락했다. 삼성은 지난달까지 단 4승에 그쳤다.

지난달 말 러프는 한 차례 2군에 다녀온 뒤 마음을 가다듬었다. 무조건 잘해야만 한다는 부담감을 떨친 게 슬럼프 탈출에 주효했다. 러프는 이달 타율 0.333를 기록하며 시즌 타율을 0.259까지 순식간에 끌어올렸다. 홈런도 6개를 추가, 시즌 8홈런으로 미국산 거포의 본색을 드러내고 있다.

러프가 부진을 털어내면서 삼성은 구자욱과 러프, 이승엽으로 이어지는 남부럽지 않은 클린업 타선을 구축했다. 삼성은 이달 들어 10승을 추가하며 탈꼴찌 희망을 키워가고 있다. 한국무대 적응을 마친 외국인거포들의 활약이 이어질 경우 리그 순위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