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엉뚱한 시민을 보이스피싱 피의자로 오인하고 체포하는 과정에서 주먹으로 얼굴과 팔 등을 마구 때려 부상을 입힌 사실이 밝혀졌다.
28일 서울 성동경찰서에 따르면 강력팀 형사 4명은 전날 오후 10시40분쯤 성동구 지하철 3호선 옥수역 인근에서 시민 A씨를 보이스피싱 피의자로 보고 체포하려 했다. 놀란 A씨가 도주하려 하자 경찰은 A씨를 바닥에 누르는 등 제압을 시도했다. 이 과정에서 A씨는 눈 주위에 멍이 들고 팔꿈치가 까지는 등 상처를 입었다.
하지만 경찰 조사 결과 A씨는 범인이 아니었다. A씨 휴대전화에는 보이스피싱 콜센터와 주고받은 통화나 문자메시지 내역이 없었다. 인근에서 함께 술을 마셨다는 친구들의 증언도 나왔다. A씨는 납치 당하는 줄 알고 경찰에 더 강하게 저항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A씨에게 사과하고 다음날 A씨 가족을 만나 상황을 설명했다.
경찰 관계자는 “보이스피싱 일당이 피해자에게 연락해 옥수역 인근으로 나오라고 했던 상황이었고, 현장에 인적도 드물어 A씨를 범인으로 오인했다”며 “갑자기 도주해서 더 강력히 제압하려다보니 이런 일이 발생한 것 같다”고 해명했다. 성동경찰서는 사실관계를 확인해 해당 경찰들에 대한 감찰에 착수할 방침이다.
임주언 기자 eon@kmib.co.kr
보이스피싱 전달책 오인 무고한 시민 폭행한 경찰
입력 2017-05-28 23: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