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통사극이 안방극장에서 자취를 감췄다. 액션 판타지 멜로 등 장르를 접목한 퓨전사극으로의 전환이 이뤄진 모양새다. 역사적 배경 위에 트렌디한 스토리를 펼쳐내는 것이 퓨전사극의 특징이다.
역사왜곡 논란이 뒤따르곤 하지만 시청 연령층 확대를 이끌어냈다는 사실만큼은 부정하기 어렵다.
최근 퓨전사극의 트렌드는 ‘로맨스’다. 지상파 3사가 남녀주인공 로맨스를 앞세운 사극을 잇달아 선보고 있다. 지난 10일 방송을 시작한 유승호·김소현 주연의 MBC ‘군주-가면의 주인’(이하 ‘군주’)에 이어 29일 주원·오연서 주연의 SBS ‘엽기적인 그녀’, 31일 연우진·박민영 주연의 KBS 2TV ‘7일의 왕비’가 방영된다.
‘구르미 그린 달빛’(KBS2·2016) 신드롬의 재현이란 기대 속에 출발한 ‘군주’는 3주 연속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지키며 순항 중이다. 지난 25일 방송된 12회에서 자체 최고 시청률 13.8%(닐슨코리아·전국 기준)를 기록했다. 드라마의 인기 요인은 조선판 ‘로미오와 줄리엣’을 표방한 남녀 주인공의 러브라인이다.
극 중 유승호는 고통 받는 백성을 구하기 위해 조선 최고의 막후(幕後) 세력 편수회와 맞서 싸우는 세자 이선 역을, 김소현은 아버지에게 참수형을 내린 세자에 대한 복수심을 안고 살아가는 한가은 역을 각각 맡았다.
서로에 대한 연정을 품었으나 오해로 인해 5년간 헤어져 지냈던 두 사람이 재회하면서 극은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100% 사전제작된 ‘엽기적인 그녀’는 2001년 차태현·전지현이 주연한 동명의 영화를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시대적 배경을 조선시대로 옮겨 원작과 닮은 듯 다른 이야기를 그려낸다. 뛰어난 외모와 두뇌를 갖춘 견우 역의 주원과 엉뚱 발랄한 혜명공주 역의 오연서가 좌충우돌 사랑을 키워간다.
원작과의 차이점에 대해 오진석 PD는 “원작과 다른 방향을 택하기가 쉽지 않아 피하기보다 정면 돌파를 택했다”고 털어놨다. 주연배우 주원은 “대중의 뇌리에 박혀있는 영화 속 명장면들을 드라마에 녹여냈다”며 “영화와 비교해 보는 것도 큰 재미일 것 같다”고 첨언했다.
‘7일의 왕비’는 조선 제11대 왕인 중종의 비 단경왕후 신씨(박민영)의 삶을 조명했다. 단경왕후는 조선 역사상 가장 짧은 기간인 7일 동안 왕비의 자리에 앉았다 폐비된 비운의 여인. 그를 사이에 두고 중종(연우진)과 연산군(이동건)이 벌이는 삼각관계가 극의 중심을 이룬다.
드라마는 연산군의 폭정과 중종반정이라는 역사적 사실을 다루지만 스토리에서는 적잖은 허구적 설정을 곁들였다. ‘성균관 스캔들’(KBS2·2010)로 로맨스 사극을 경험해본 박민영과 현대극에서 두각을 보인 연우진, 데뷔 19년 만에 첫 사극에 도전한 이동건이 어떤 합을 빚어낼지 주목된다.
‘성균관 스캔들’ ‘공주의 남자’(KBS2·2011) ‘해를 품은 달’(MBC·2012) 등으로 인기를 이어온 로맨스 사극은 ‘구르미 그린 달빛’으로 다시 한번 신드롬에 가까운 열풍을 몰고 왔다.
신주진 대중문화평론가는 “사극은 이미 다양한 장르와의 퓨전화가 진행돼 왔다”며 “이러한 장르 변형 경향은 앞으로도 점점 더 짙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군주-엽기적인 그녀-7일의 왕비… 사극, 로맨스 바람
입력 2017-05-30 00:00 수정 2017-05-30 09: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