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기자-윤성민] 이해못할 ‘생명 유기’, 이해가 해결 출발점

입력 2017-05-28 18:22 수정 2017-05-28 21:33

아이를 세 번 버린 장해원(가명·39·여)씨 이야기로 지난달 11일 ‘가장 슬픈 범죄, 영아 유기’ 시리즈를 시작했다. 기자는 해원씨 사연을 판결문을 통해 접하고 친구에게 그의 이야기를 전했다. 친구는 “아이를 세 번 버린 게 정상인가? 이해가 안 된다”고 했다. 기자의 생각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영아 유기는 대다수에게 이해할 수 없는 범죄일 뿐이었다.

3월 22일 파란 대문의 반지하방에서 해원씨를 처음 만났다. 그는 과거의 기억을 쓰라리게 토로했다. 유기와 검거·재판 과정, 50만원이 채 안 됐던 월소득, 그리고 남편과 자신의 건강치 못한 몸…. 2시간 넘는 인터뷰 동안 그는 눈물을 그치지 않았다. 눈물을 닦은 물티슈가 산처럼 쌓여가면서 기자는 그가 겪어야 했던 참담함을 상상했고 그를 이해해보려는 마음이 생겼다.

‘가장 슬픈 범죄, 영아 유기’ 시리즈가 두 달여 만에 끝났다. 기사의 첫째 목적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범죄’인 영아 유기를 ‘귀 기울일 만한 이야기’로 만드는 것이었다. 이해는 해결의 출발점이기 때문이다. 아이를 버린 사람을 “인륜을 저버린 패륜범”이라고 한칼에 재단하는 건 아무런 해법이 안 된다.

취재팀은 그래서 아이를 버린 엄마, 베이비박스에 아이를 놓고 간 미혼모, 버려진 아이 등의 이야기를 자세히 전달하려 애썼다. 단신 기사에서 ‘비정한 엄마’ 등으로 쉽게 평가되는 사람들을 구체적인 삶 속에서 이해해 보려 노력했다.

기사가 나간 뒤 인터넷 기사에 달린 댓글도 꼼꼼히 읽었다. 해원씨를 다룬 기사의 경우 그의 선택을 쉽게 나무라는 폭력적인 단언(斷言)도 넘쳐났지만, 다행히도 해원씨의 사정을 헤아리려는 네티즌도 적지 않았다. 해원씨를 돕고 싶다는 전화와 이메일도 줄을 이었다. 다른 기사에도 마찬가지였다.

영아 유기를 둘러싼 사람들의 삶을 보여준 뒤 시리즈의 두 번째 목적은 해결책을 찾는 것이었다. 영아 유기를 둘러싼 해법은 크게 두 갈래였다. 영아 유기 자체를 줄이는 것과 버려진 아이가 정상적인 삶을 살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었다. 많은 전문가들로부터 해결책을 들었다. 그들 사이에서도 입양특례법 개정 등 첨예한 문제에서는 의견이 갈렸다. 다만 공통된 조언은 육아를 포기할 위험이 있는 부모들에게 지원을 늘려야 한다는 것과 버려진 아이가 입양을 통해 새로운 가정을 만나야 한다는 것이었다. 새 정부의 정책적 변화를 기대한다.

‘가장 슬픈 범죄, 영아 유기’ 시리즈는 끝났지만 우리의 관심은 끝나지 않았다. 시리즈 기사에 담지 못한 이야기가 많다. 다섯 차례에 걸쳐 연재한 지면 기사에 다 담지 못한 이야기는 앞으로도 계속 취재해 독자에게 전해드릴 예정이다. 포털 사이트 다음에서 스토리펀딩도 진행하고 있다. 모금액은 전액 버려진 아이, 미혼모, 어린이 관련 시민단체에 후원한다. 관심을 바란다.

윤성민 기자 wood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