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은 28일 공직배제 5대 원칙 위배 논란에 스텝이 꼬인 여권을 강하게 몰아붙였다. 청와대의 협조 요청에도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입장을 표명해야 한다는 요구가 가라앉지 않고 있다.
당청이 인선의 현실적 어려움을 내세워 새로운 기준을 만들자고 제안한 것이 오히려 야당의 반발을 키웠다.
자유한국당 내 기류는 주말을 지나면서 강경해졌다. 김선동 원내수석부대표는 “우리 당은 문 대통령의 직접 사과나 입장 표명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면서도 “향후 인사 원칙을 명확히 밝혀 달라는 것인데 당청 모두 변명만 해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정략이 아닌 국민 눈높이에서 인사 기준을 세우자”는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발언은 불난 집에 기름 부은 격이 됐다. 한국당의 한 청문위원은 “인사권자인 대통령이 약속을 저버린 것이 이번 사태의 발단”이라며 “대통령이 먼저 인사 원칙을 제시해야 여야가 세부 기준을 논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여기엔 청문위원들을 향한 문 대통령 지지자들의 ‘문자 폭탄’이나 과거 민주당이 박근혜정부에서 보였던 청문 행태에 대한 반감이 상당 부분 작용했다는 평가다.
한국당 지도부는 당초 문 대통령과 여당이 향후 인선 원칙만 제대로 밝히면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 인준에 최대한 협조한다는 방침이었다. 대통령의 인사 원칙이 무너진 상황에서 이 후보자를 통과시켜줄 만한 최소한의 명분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한국당은 현재로선 여권의 대응이 이런 기대에 못 미친다고 보고 있다. 인사 논란은 여권에 악재인 만큼 상황을 지켜보면서 대응 수위를 정하자는 분위기가 강하다. 한국당은 29일 의원총회를 열어 이 후보자 인준 여부와 향후 인사청문 대응 전략을 논의할 예정이다.
호남 민심에 민감한 국민의당에서도 냉기류가 흘렀다. 당 핵심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잘못된 관행과 과감히 결별하겠다’고 밝힌 취임사의 잉크도 아직 안 말랐다”며 “문 대통령이 직접 인사 원칙과 기준을 유지할 것인지, 폐기할 것인지를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지난 26일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사과 표명을 하면서 인사의 정당성을 강변한 이후 당내 여론이 싸늘해진 것으로 전해졌다.
정책 검증에 주력했던 바른정당 역시 문 대통령의 입장 발표를 요구하고 있다. 주호영 당대표 권한대행은 “이미 한 인선은 차치하고라도 앞으로 인사를 어떻게 하겠다는 설명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때문에 이 후보자 인준을 둘러싼 여야 대치가 오는 31일 본회의를 넘겨 장기화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보수 야당 일각에선 위장전입 사실이 드러난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 지명 철회나 자진 사퇴를 이끌어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다만 이를 공식화하거나 드러내놓고 주장하기는 꺼리는 분위기다. 새 정부에 대한 국민의 압도적 지지 여론과 협치 분위기를 의식한 때문으로 풀이된다.
권지혜 김경택 기자 jhk@kmib.co.kr
野 “대통령이 입장 밝혀라”… 꼬인 인선원칙에 강경
입력 2017-05-28 18:06 수정 2017-05-28 20: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