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리랑카 불교도들이 입법 절차를 거치지 않은 광고전단(관보)을 사용해 현지 복음주의 교회를 핍박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 세계 기독교 박해를 감시하고 핍박받는 기독교인을 돕고 있는 한국 순교자의 소리(VOM·공동대표 에릭 폴리, 현숙 폴리)는 “기독교인을 핍박하는 광고전단 배포를 중단하라”며 서명 운동에 돌입했다.
28일 VOM에 따르면 현재 스리랑카에는 기독교에 대한 핍박이 계속되고 있다. 2015년 1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160여건의 종교적 핍박 사건들이 보고됐다. 예배 활동이나 기도모임에 대한 중단 요구, 교회당 파괴 등이 대부분이다. 스리랑카 복음주의연합 고드프리 요가라자 사무총장은 “스리랑카 기독교인들은 마치 지하교회에 살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고 VOM은 전했다.
기독교인에 대한 박해는 주로 불교도들에 의한 것으로 1980년 스리랑카 기독교가 성장하면서 불교 극단주의자들의 반대도 증가했다. 2012년 불교 국수주의가 등장하면서 핍박은 더욱 격렬해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부분 불교 승려들이 폭력적 군중을 이끌었다고 VOM은 전했다.
불교도들의 박해는 정부가 발간한 광고전단을 오용하면서다. 문제의 광고전단은 2008년 발행된 입법예고 문서다. 교회의 등록을 의무화하고 등록하지 않은 교회는 불법으로 간주해 제재를 가하는 내용이 담겨 있지만 입법 절차를 통과하지 않았기 때문에 법적 효력이 전혀 없다.
VOM측은 “2008년 광고전단은 스리랑카 헌법에 기반을 두고 있지 않음에도 기도모임이나 예배를 반대하고 기독교인들을 차별하는 데 일상적으로 사용되고 있다”며 “2014년 부다 사사나와 스리랑카 종교부 사무총장은 이 광고전단을 지지하고 법률로 제정하고 싶었으나 아직 입법화 되지 않았다고 밝힌 바 있다”고 밝혔다.
VOM은 지난 26일부터 스리랑카 정부에 2008년 광고전단 사용을 중단할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온라인 서명(vomkorea.kr)도 받고 있다.
VOM 관계자는 “광고전단을 중지하라는 탄원서에 서명함으로써 핍박받는 기독교인들과 함께 서 주기를 부탁한다”고 말했다. 스리랑카의 종교분포는 불교 70.0%, 힌두교 12.8%, 이슬람교 8.5%, 기독교 8.3%, 기타 0.4% 순이다.
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
스리랑카 기독교 박해 극심 “지하교회에 사는 것 같다”
입력 2017-05-29 0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