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위 없이 출범한 文 정부, 검증 시간도 인력도 태부족

입력 2017-05-28 18:02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지명을 발표한 인사들이 위장전입 등 이른바 공직 배제 5대 원칙에 위배되면서 청와대 인사검증 시스템도 도마에 올랐다.

청와대는 검증 시스템이 철저히 작동하지 못한 가장 큰 이유로 촉박한 검증시간과 물리적인 인력 부족 상황을 꼽았다. 역대 정부에서 2개월간 가동돼 왔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없이 정부가 출범했기 때문에 내각 인선을 위한 검증시간 자체가 부족했다는 것이다. 현재 청와대 민정수석 산하 공직기강비서관실을 중심으로 내각 후보군에 대한 검증을 진행하고 있지만 완전한 검증까지는 어렵다고 한다. 검증 업무를 맡은 인사수석실과 민정수석실 비서관·행정관 인선이 동시에 이뤄지느라 검증에 과부하도 걸린 상태다.

현재 청와대 인사검증 업무는 1차로 인사수석실이 담당한다. 인사수석실은 청와대 참모진과 내각 주요 인사들에 대한 추천을 받은 뒤 기본적인 신상명세와 기존 언론보도, 정책 능력 등을 종합해 후보군을 추린다. 후보군에 대한 기초 검증 및 내부 논의가 끝나면 대통령에게 보고한다. 대통령 재가가 떨어지면 청와대는 인사 대상자 심층 검증에 돌입한다.

심층 검증 주체는 청와대 민정수석 산하 공직기강비서관실이다. 이 단계에선 청와대가 인사 검증 대상자로부터 직접 자기 정보 제공 동의서를 제출받는다. 검찰과 경찰 등 사정 당국과 국세청 등 과세 당국에서 25가지가 넘는 기본 자료를 제출받은 뒤 검증을 시작한다. 현재 김종호 공직기강비서관과 10명 안팎의 행정관들이 검증 업무로 연일 밤을 새우고 있다고 한다. 문제의 소지가 있는 내용이 발견되면 직접 해당 후보자에게 소명을 받는다. 청와대 관계자는 28일 “정책 능력 등 ‘포지티브’ 검증은 인사수석실이, 병역 문제나 부동산 투기 등 ‘네거티브’ 검증은 민정수석실이 나눠 맡는 이중 구조”라고 설명했다.

이런 시스템을 갖췄지만 공직배제 5대 원칙(위장전입, 병역 면탈, 부동산 투기, 세금 탈루, 논문 표절)에 위배되는 사례는 계속 나온다. 청와대 관계자는 “인수위 부재가 가장 뼈아픈 대목”이라고 설명했다. 과거 정부의 경우 인수위 활동 기간을 거치면서 검증 작업들이 면밀히 이뤄졌지만 이번에는 예외라는 얘기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낙연 총리 후보자는 대통령 취임 당일 발표했다. 나름대로 검증을 해봤으나 후보자 본인도 몰랐던 위장전입 사실이 터져나왔다”며 “대선 전부터 검증을 했으면 좋았겠지만 ‘정권 잡은 것처럼 행동한다’는 비판에 소극적이 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전 정부가 넘겨준 기초 자료가 없다는 점도 원인 중 하나다. 신상 내역이 정리된 기초 자료가 구비돼 있다면 청와대 및 내각 인사에 속도가 붙었겠지만 사실상 백지 상태에서 작업해야 하기 때문에 속도가 느릴 수밖에 없다. 청와대 관계자는 “기초 자료가 없다는 것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나왔던 얘기”라며 “사람들도 다르고, 기록물을 이관돼야 하는 부분도 있겠지만 아쉬운 대목”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는 시간이 촉박해 일부 문제가 뒤늦게 확인된 경우도 있다”며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동성 기자 the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