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폐 청산” 강조하다 부메랑… ‘인사 5대 원칙’ 공약 안팎

입력 2017-05-29 05:01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기간 위장전입 등을 공직 배제 5대 원칙으로 강조한 것은 최순실 게이트와 탄핵 정국을 거치며 높아진 개혁 요구를 의식했기 때문이었다. 문 대통령은 탄핵과 대선 과정에서 ‘적폐청산’이라는 개혁 드라이브를 앞세워 유력 대선 후보로서의 입지를 확고히 다졌다. 그 일환으로 내세웠던 인사 원칙이 집권 후 발목을 잡았다.

문 대통령이 처음 공직 배제 5대 원칙을 언급한 것은 지난해 12월 13일 자신의 싱크탱크인 ‘정책공간 국민성장’이 주최한 한 포럼에서였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국회의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지 불과 나흘 뒤로, 문 대통령이 조기대선 행보를 본격화했던 시점이다.

문 대통령은 포럼 기조연설에서 “광장의 촛불은 구시대 대청소와 새로운 대한민국의 건설을 외치고 있고, 이제 정치가 길을 제시할 때”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검찰과 재벌, 행정, 언론, 입시를 5대 개혁 과제로 제시한 뒤 “특히 병역면탈, 부동산 투기, 탈세, 위장전입, 논문표절 등 5대 비리 관련자는 고위공직에서 배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후 언론 인터뷰 등에서 이 같은 원칙을 거듭 강조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28일 “최순실 게이트로 부정부패와 정경유착, 일부 상류층의 반칙과 특권 등에 대한 분노가 들끓었던 당시 사회 분위기를 반영한 것이었다”고 말했다. ‘촛불 민심 계승’을 천명한 문 대통령이 개혁 드라이브를 강조하는 측면에서 이 같은 인사 원칙을 공개 천명했다는 설명이다.

과거 정권과의 차별화를 위한 의도였다는 분석도 있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이명박·박근혜정부 당시 국민적 분노를 유발케 한 인사 참사가 얼마나 많았느냐”며 “(공직 배제 5대 원칙은) 국민적 눈높이에 맞는 인사를 하겠다는 취지”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청와대 관계자도 “특권 없는 공정한 사회를 만들겠다는 의지가 담긴 표현”이라고 말했다.

다만 정치권 일각에서는 당내 경선을 의식한 문 대통령이 선명성을 부각하기 위해 섣불리 공직 배제 5대 원칙을 발표했다는 분석도 있다. 특히 박 전 대통령 하야와 구속 등을 공개 언급하며 높은 지지율 상승세를 보인 이재명 성남시장을 견제하기 위한 포석이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문 대통령은 최순실 게이트 직후 거국중립내각과 박 전 대통령의 명예로운 퇴진 등을 언급하며 국정농단 사태에 대한 입장이 오락가락한다는 비판을 받는 상황이기도 했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