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붙은 서울 집값… 한달새 1억↑

입력 2017-05-28 18:41 수정 2017-05-29 13:08

대선 이후 부동산 시장이 연일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부동산 규제를 예고했던 문재인정부가 딱히 가시적인 정책을 내놓지 않고 있고, 정치적 불확실성이 해소되면서 투자심리가 더 뜨거워지는 추세다.

공급 과잉을 앞두고 ‘일시적 오름 현상’이라는 분석과 연말까지는 집값이 계속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엇갈리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정부 규제 가능성에 따라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나섰다.

28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5월 넷째 주 서울 아파트값은 전주에 비해 0.30% 상승했다. 지난주 상승률(0.24%)보다 0.06% 포인트 오름폭이 확대됐다. 대선 직전인 4월 28일 주간 상승률(0.03%)과 비교하면 10배나 높다. 지난해 10월 7일(0.32%) 이후 7개월 반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가격 상승은 강남4구 재건축 아파트의 영향이 컸다. 서울 강남구 개포시영 전용 40㎡는 현재 한 달 전보다 5000만원 이상 오른 9억원대에 거래되고 있다. 서울시 심의를 통과한 개포주공5단지 전용 84㎡의 경우 상한가가 12억6000만원이었지만 28일 기준으로 13억5000만원까지 호가가 뛰었다. 내년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부활을 앞두고 사업 추진을 서두르고 있는 서울 강남권 재건축 단지의 상승폭이 두드러지는 형국이다.

강동구 A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는 “폭발적인 수요와 반대로 집주인들은 눈치보기에 들어가면서 매물이 하나도 없는 상황”이라며 “재건축 단지 매매가가 주변 일반 아파트까지 번지면서 모든 아파트값이 무섭게 뛰고 있다”고 말했다.

강북도 상황은 비슷하다.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 효과가 크다. 강북의 뉴타운 해제 지역 근처는 ‘도시재생 뉴딜' 정책에 따라 호가가 점차 상승하고 있다. 문 대통령이 광화문 대통령 시대를 열겠다고 공언하면서 광화문 일대 오피스텔과 상가 시장도 들썩이고 있다.

가격뿐 아니라 거래량도 확연히 늘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5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28일 기준 8490건을 기록했다. 지난해 11·3 부동산 대책 시행 두 달 만인 지난 1월 4484건까지 떨어진 거래량은 매달 1000∼2000건씩 상승세다.

대선 기간 밀렸던 분양 물량을 쏟아내고 있는 건설사의 경우 역대 최대 청약경쟁률을 경신 중이다. 견본주택 근처에는 11·3대책 이후 사라졌던 이동식 중개업소(떴다방)도 다시 등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적 불확실성 해소에 따라 매수심리가 커졌기 때문이다.

다만 서울 아파트값이 계속 오를 경우 정부가 기존 공약대로 규제책을 내놓을 수 있다는 우려도 여전하다. 이에 따라 투자자도 신중한 자세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보유세 인상이나 가계대출 관리 등 규제를 강화하면 11·3대책 직후처럼 다시 부동산 시장이 차갑게 식을 수 있다”며 “충분한 정보를 바탕으로 매수 타이밍을 늦추는 것도 고려해봄 직하다”고 말했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