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외교계의 거목 즈비그뉴 브레진스키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지난 26일(현지시간) 향년 89세로 별세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브레진스키의 딸 미카가 이날 자신이 진행하는 MSNBC방송 프로그램 ‘모닝 조’에서 이같이 밝혔다고 보도했다. 브레진스키는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의 보좌관으로 미 외교와 안보 정책을 좌지우지한 인물이다.
브레진스키는 1928년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태어나 캐나다와 미국에서 공부했다. 60년대 존 케네디 전 대통령의 외교 전략을 담당했고 린든 존슨 정권에도 몸담았다. 77∼81년 카터 전 대통령의 보좌관을 맡았다. 퇴임 후에는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연구원과 존스홉킨스대 국제관계대학원(SAIS) 교수로 최근까지도 외교 관련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브레진스키는 소련에 강경한 ‘매파’ 전략가로 국익 우선주의를 내세운 인물이었다. 78년 이집트와 이스라엘 관계를 중재하면서 평화협상을 이끌어 중동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확대하는 발판을 마련했다.
중국과의 관계 정상화를 원하는 카터 정권의 뜻을 전하는 역할도 했다. 카터 정권을 궁지로 몰았던 79년 이란 주재 미대사관 대량 인질 사태 때는 인질 구출을 위한 협상이 진전이 없다는 것을 깨닫고 적극적인 군사력 동원을 주장하기도 했다.
한국의 민주화에 기여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80년에 ‘5·17 김대중 내란 음모 사건’으로 구속됐을 때 브레진스키는 사형 집행을 막고 구명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카터 전 대통령과 전방위적으로 전두환정권을 압박했다는 기록이 공개됐다.
브레진스키는 70년 9월 16일 카터에게 보낸 백악관 문서 ‘김대중’에서 “김대중 처형을 강행할 경우에 한해 제재 조치를 강행해야 하는데 아직 그런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고 적었다.
권준협 기자 gaon@kmib.co.kr
美 외교계 거목 브레진스키 별세… 카터 행정부 ‘안보 책사’, DJ 구명운동 전개도
입력 2017-05-28 18:49 수정 2017-05-28 21: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