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 그리스도를 본받아 우리도 이 밥 먹고 밥이 되어 다양성 안에서 일치를 추구하는 삶을 살겠습니다.”
26일 서울 동대문구에 있는 밥퍼나눔운동본부 1층 식당에 기도 소리가 우렁차게 울렸다. 이곳은 이른 시간부터 식사를 위해 모인 이들로 가득 차 있었다.
이들의 식사 준비에는 10대부터 70대까지 40여명의 봉사자가 아침 일찍부터 힘을 보탰다. 봉사자들은 간단한 오리엔테이션을 받은 뒤 오전 10시부터 본격적으로 주방 일에 들어갔다. 일부는 밥을 짓고 코다리를 쪄냈다. 나머지는 이튿날 메뉴인 짜장밥과 잡채를 준비하기 위해 감자 껍질을 벗기고 시금치를 손질했다.
오전 11시부터 배식이 시작됐다. 밥퍼를 찾은 이들에게 식판을 전달하기 위해 봉사자들이 양팔 간격으로 늘어섰다. 식사에 앞서 다함께 ‘다일공동체 진지기도문’을 읽었다. 이날 음식을 허락하신 하나님께 감사드리고 앞에 놓인 식사의 의미를 되새기는 기도다. 한 시간 넘게 기다린 이들도 있었지만 한마디 불평도 없이 진지한 목소리로 감사기도를 올렸다. 식탁 위에 식판이 놓이는 것은 이렇게 기도를 드린 다음이다.
식판 위에는 고봉밥이 쌓인다. 3∼4공기 분량은 족히 된다. 이것도 모자라 추가 배식을 받는 이들도 있었다. 밥퍼에서 먹는 한 끼가 하루 식사의 전부인 이들이 적지 않음을 짐작케 해준다. 밥퍼는 부족함이 없도록 1000명이 식사할 것으로 예상되면 3000인분의 식사를 준비한다.
이날 밥퍼를 찾은 이들은 노인과 노숙인 등 583명이었다. 이 인원이 동시에 들어갈 수 없다보니 줄이 길게 늘어선다. 기다리는 시간을 최소화하기 위해 봉사자들은 한 명 한 명의 식사가 끝나는 대로 식판을 닦고 식기를 세척한다. 그럼 또 다른 이가 밥이 듬뿍 담긴 식판을 받아가 깨끗이 비워진 식탁 위에서 식사를 한다. 식사를 마친 이들은 한결 평안해진 표정으로 ‘고맙습니다’라는 인사와 함께 밥퍼를 나섰다.
밥퍼는 밥을 통해 하나님의 사랑을 전한다. 일주일에 두 차례 밥퍼를 찾아 봉사한다는 성악가 이재웅(62)씨는 “이전에 어르신들 앞에서 찬양을 부른 일이 있는데 ‘힐링이 된다’는 이야기를 듣고 놀랐다”며 “앞으로도 기회가 되면 찬양을 들려드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미경(58·여) 밥퍼 주방장은 “여기 식사하러 오시다 한두 분씩 예배에 나오곤 하는데 큰 힘이 된다”면서 “이분들은 자신이 받은 사랑을 통해 하나님이 계시다는 것을 알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현우 기자 base@kmib.co.kr
‘나눔의 밥상’ 통해 하나님 사랑을 전하다
입력 2017-05-29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