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상 떠나는 알파고 의료·과학으로 Go∼

입력 2017-05-28 18:42 수정 2017-05-28 21:31

구글 딥마인드의 인공지능(AI) 알파고가 중국 커제(柯潔) 9단과의 대국을 마지막으로 바둑계에서 은퇴한다.

구글 딥마인드 데미스 허사비스(사진) 최고경영자(CEO)는 27일 중국 저장성 자싱시 우전에서 열린 ‘바둑의 미래 포럼’ 폐막 기자회견에서 “이번 행사가 알파고가 참가하는 마지막 바둑 대국”이라고 밝혔다. 그는 알파고의 은퇴 이유에 대해 “이번 세계 최고 기사들과 함께한 대국들은 바둑대회 참가 프로그램으로서 알파고가 도달할 수 있는 최고의 정점이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알파고는 이날 커제 9단과의 마지막 대국에서 209수 만에 흑 불계승을 거뒀다. 이로써 알파고는 지난 23일부터 진행된 커제 9단과의 3번기에서 모두 승리했다. 은퇴하는 알파고의 전체 전적은 68승 1패다. 알파고는 그동안 이세돌 9단과 5번기, 연초 인터넷 대국 60판, 커제 9단과 3번기, 단체 상담기 등 인간과의 대결을 펼쳤다. 알파고의 유일한 패배는 지난해 3월 이세돌 9단과의 5번기 제4국이었다. 당시 이세돌 9단은 ‘신의 한 수’로 불리는 백78로 알파고를 무너뜨렸다.

허사비스는 알파고의 미래에 대해 “인류가 인공지능을 도구로 삼을 수 있다는 잠재력을 확인했다”며 “앞으로 인공지능은 인류가 새로운 지식 영역을 개척하고 진리를 발견할 수 있도록 돕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알파고는 앞으로 바둑에 특화된 인공지능이 아닌 의료·과학 등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는 범용 인공지능으로 진화될 것으로 보인다. 허사비스는 “범용 인공지능이 의학·공학 등 이공계 연구자들에게 최적의 도구가 될 수 있도록 연구를 계속 하겠다”고 밝혔다. 과거 많은 고급 인력이 투입돼야 했던 신소재·신약 개발이나 단백질 등 생명현상 연구가 앞으로 인공지능에게 맡겨질 수 있을 전망이다.

딥마인드는 그동안 알파고가 치른 대국과 스스로 학습하면서 치른 셀프 대국의 기보를 공개하는 한편 이세돌 9단과의 대결 이후 업그레이드된 진화 과정을 논문으로도 작성할 계획이다.

커제 9단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알파고가 지나치게 냉정해 그와 바둑을 두는 것은 고통 그 자체였다”면서 “알파고와 바둑을 둘 때는 이길 수 있는 한 톨의 희망도 갖기 어려웠다”고 밝혔다. 그는 “나도 승부에 집착하는 때가 있지만 바둑은 기본적으로 즐거운 게임”이라며 “앞으로도 계속 바둑을 즐겁게 두겠지만 인간과 바둑을 둘 때가 더 즐거운 것 같다”고 덧붙였다.

커제 9단은 회견 도중 한 차례 울컥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확실히 오늘 고통스럽게 바둑을 뒀다. 대국 후엔 더 잘 뒀어야 했다고 스스로 책망했다”고 말했다. 기자회견장에서는 위로의 박수가 길게 이어졌지만 그는 “칭찬을 받을 자격이 없다. 져서 죄송하다”는 말만 계속했다. 앞서 커제 9단은 대국 중에도 눈물을 보였다. 그는 제한시간 1시간여를 남긴 시점에 돌연 자리를 떠났다가 10여분 만에 돌아와 눈가를 닦으며 울먹거렸다.

베이징=맹경환 특파원 khmae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