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스캔들 핵심고리는 사위… 트럼프 조여오는 의혹들

입력 2017-05-29 05:4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사위 재러드 쿠슈너(36·사진) 백악관 선임고문이 러시아 커넥션의 커넥터(connector·연결자)로 지목되면서 관련 의혹이 급속히 증폭되고 있다. 대선 캠프 시절부터 다양한 사안에 핵심 역할을 도맡아온 그는 러시아 측 인물들과도 직접 교류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정권인수위원회 시절엔 러시아와 ‘비밀대화 채널’을 구축하려 했던 의혹까지 불거졌고 관련 증언까지 쏟아지면서 사퇴 압박이 거세지고 있다.

27일(현지시간) NBC방송에 따르면 쿠슈너는 지난해 12월 러시아 국영은행가 세르게이 고르코프(48)와 만남을 가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고르코프는 러시아 최대 국영은행 스베르뱅크의 부회장을 지냈고 현재 미국의 제재를 받고 있는 국영 브네시코놈뱅크 회장으로 재임 중인 인물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오랜 친구이자 경제 책사로 통한다. 그는 특히 러시아 연방보안국(FSB) 산하 ‘스파이 양성학교’ 출신으로 오랫동안 푸틴 대통령의 곁을 지키며 경제정책을 조언해 왔다.

쿠슈너와 고르코프의 회동을 둘러싼 의혹이 확산되자 양측은 “은행이 투자설명회를 하는 과정에서 만났을 뿐 특별한 만남은 아니었다”며 서둘러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쿠슈너가 러시아 스캔들의 ‘몸통’으로 부상하자 야당인 민주당은 물론 안보 전문가들도 그를 즉각 해임하라고 촉구했다. 민주당 전국위원회(DNC)는 성명을 내고 “트럼프 대통령은 즉각 쿠슈너를 해임해야 한다”면서 “트럼프 대통령과 쿠슈너 사이에 제3의 명령 채널이 있을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당은 쿠슈너가 러시아와 비밀 대화 채널을 뚫으려 한 것 등 일련의 의혹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허락 내지 지시 없이는 이뤄질 수 없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안보 전문가들도 쿠슈너를 둘러싼 의혹이 사실이라면 아주 심각한 문제라고 입을 모았다. 중앙정보국(CIA) 국장대행을 지낸 존 맥라클란은 “만약 미국 정보기관 관계자가 이런 행동을 했다면 우리는 이를 ‘간첩행위’로 간주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가안보국(NSA) 고문변호사 출신 수전 헤네시 브루킹스연구소 연구원도 “사안의 중대성이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엄중하다”면서 “쿠슈너가 앞으로도 백악관에 머물 수 있다는 것은 생각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헤네시는 이어 “가장 중요한 의문점은 과연 트럼프 대통령이 접촉을 지시한 것인지, 아니면 적어도 그들의 접촉 사실을 알고 있는지 여부”라고 덧붙였다.

해외 순방을 마치고 귀국한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주로 예정된 아이오와주 방문을 취소하고 법무팀과 러시아 스캔들 관련 대책을 논의키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트럼프의 특별검사 수사 변호를 담당할 개인 변호사 마크 카소위츠가 쿠슈너 관련 문제에도 대응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 측근들은 정치수사 사건에 경험이 많은 워싱턴 변호인단을 모집 중이다. 백악관도 강경파 인사들로 구성된 자체 ‘전략팀(war room)’을 만들고 대규모 인사 개편과 지역 유세 등을 계획하는 등 더 공격적인 방식으로 러시아 스캔들에 대응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구성찬 기자 ichthu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