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자극할라’… 추가 인선 미룬 靑

입력 2017-05-29 05:00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시절 공약했던 공직 배제 5대 원칙(병역 면탈, 세금 탈루, 위장전입, 논문 표절, 부동산 투기) 중 위장전입이 문제가 된 후보자들. 왼쪽부터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 국민일보DB

문재인정부가 내각 인선을 당분간 미루기로 했다.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보고서 채택이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 인선에 나설 경우 추가 문제가 불거질 수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지난주 일부 내각 인사를 발표하려 했지만 이 총리 후보자 국회 청문회에서 이상 기류가 나타나자 보류했다. 지난 26일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사과 메시지를 낸 만큼 당분간 여론 추이를 지켜보자는 판단에서다. 각 부처 장관들의 경우 국회 청문회를 거쳐야 하는 만큼 추가 인사로 야권을 자극할 필요가 없다는 공감대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후보자와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의 청문회 통과에 우선 전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28일 “추가 장관 인선을 발표할 경우 야권을 무시한다는 반발을 살 수 있다”며 “야권과의 정무적 합의를 통해 현 난관을 타개하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후속 장관 인사는 적어도 현재 후보자들의 국회 청문회 통과가 가시화돼야 발표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임 비서실장과 전병헌 정무수석은 지난 주말 야권 인사들과 연쇄 접촉하고 이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보고서 채택을 간곡히 호소했다. 야권 핵심 관계자는 “임 실장과 전 수석이 다각도로 협조를 요청해 왔다”고 전했다.

여파는 청와대 내부 인사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핵심 공약인 일자리 확대를 책임질 일자리수석에 안현호(60) 전 지식경제부 차관이 내정돼 업무를 보고 있지만 공식 발표는 하지 않고 있다. 국회에서 일단 정부 인사에 제동이 걸린 만큼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섣불리 나서지 않겠다는 의미다. 안 전 차관에 대해서도 이중, 삼중의 검증 절차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 청문회 절차가 필요 없는 차관 인사도 시기를 저울질 중이다. 상당 부처의 경우 이미 차관이 내정된 상태다. 당초 지난주 인사를 완료하려 했지만 한 차례 미룬 바 있다. 다른 청와대 관계자는 “입장 변화가 없는 상황에서 인사를 발표하면 야권은 자신들을 협치의 대상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판단하기 쉽다”며 “이 후보자 인사청문회 처리 결과를 보면서 스탠스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임 실장 주재로 릴레이 회의를 열고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임 실장은 오전 11시 차관 인사 발표 등을 안건으로 참모회의를 한 뒤 오후 3시부터는 수석비서관들과 함께 ‘미니 워크숍’을 열었다. 이 자리에선 인사청문 및 검증 문제가 폭넓게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참석자는 “제도 개선은 국정기획위에서, 시급한 인사는 인사대로 처리하는 투 트랙으로 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활용한 일자리 정책의 우선순위를 높이고, 가계부채와 기업 구조조정 등 리스크 요인에 대한 점검도 이뤄졌다. 치매 국가책임제, 국공립 보육시설 확대, 미세먼지 로드맵 등 민생 친화적 정책도 우선 추진하기로 했다.

강준구 권지혜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