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는 원화가치가 고평가됐던 기간에 주로 발생했고, 통화가치와 관계없이 증가세를 보였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정부가 시장에 개입해 원화가치 약세를 유도해 경상수지 흑자를 낸다는 미국 재무부 주장을 정면 반박하는 내용이다.
국회예산정책처는 28일 ‘경제동향&이슈’에 ‘실질균형환율의 추정 및 경상수지와 관계’ 보고서를 싣고 “경상수지 흑자는 2011년 이후 통화가치와 관계없이 지속적으로 증가했다”고 밝혔다. 실질균형환율로 원화의 고평가 구간과 저평가 구간을 나눠 환율·경상수지 동향을 따졌다.
보고서는 원화가치가 떨어지면 경상수지 흑자가 늘어난다는 통념과 다르게 원화가 높게 평가받았던 2012년 4분기부터 2015년 2분기까지 경상수지 흑자율이 가파르게 상승했다고 강조했다. 이는 환율보다 내수 상황이 경상수지에 더 큰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가계의 순저축률이 높아지고 국내 총투자율이 하락하는 등 내수 부진에 따른 파급효과가 경상수지 구성항목 가운데 상품 수입을 좌우한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환율의 수출증대 효과가 크지 않기 때문에 인위적으로 환율을 조정해 경상수지 흑자를 축소하려는 시도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경상수지 흑자를 줄이려면 원화가치를 큰 폭으로 올려야 하는데 이는 국내 경제에 충격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홍석호 기자 will@kmib.co.kr
“韓 대규모 경상 흑자, 환율보다 내수 원인”
입력 2017-05-28 18: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