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甲의 횡포 막기 위한 乙 담합 처벌 안한다

입력 2017-05-28 17:55 수정 2017-05-28 18:15
앞으로 대리점과 가맹점주들은 대기업 등 ‘갑’과의 협상에서 합리적인 거래조건을 위해 공동행위(담합)를 해도 처벌받지 않는다. 노동조합이 가진 단체교섭권과 비슷한 성격의 단체구성권도 이들에게 부여된다. 대리점업법 시행일인 지난해 12월 이전에 맺은 불공정한 계약도 처벌 대상에 포함된다.

28일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26일 열린 국정기획위 업무보고에서 소상공인과 중소기업 보호를 위한 제도 개선 방안을 보고했다. 공정위는 가맹점·대리점주들이 가맹본부 등 대기업과의 집단교섭을 위해 공동으로 협의하는 행위의 경우 담합 예외 규정으로 적용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여기에는 중소기업협동조합 등 중소기업 단체의 공동사업도 포함된다. 거래상 ‘을’의 지위에 있는 이들이 적정한 납품단가를 책정하고 초과 이익을 공정하게 배분받기 위한 공동행위는 공정거래법 담합 금지 규정의 예외로 하겠다는 것이다.

가맹점·대리점주들이 대기업을 상대로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단체구성권 부여도 추진된다. 가맹점주들이 사업자단체를 구성해 공정위에 신고하면 가맹본부는 정당한 사유 없이 이를 거부할 수 없도록 하는 방식이다.

대리점업법의 사각지대도 없어질 전망이다. 이 법은 2013년 남양유업 영업사원이 대리점주를 상대로 막말과 욕설을 퍼부은 음성파일 공개로 사회 전반에 걸친 ‘갑의 횡포’가 공론화된 ‘남양유업 사태’를 계기로 만들어졌다. 공정위는 법 시행 이후 체결되거나 갱신된 계약만 대상으로 하는 현행법을 개정해 모든 계약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갑의 횡포 근절을 위한 조사력 강화를 위해 공정위만 갖고 있는 조사 권한 일부를 지방자치단체에 넘기는 방안도 마련키로 했다. 지자체가 법 위반 행위에 대해 즉각적으로 과태료를 부과하는 권한도 포함된다.

국정기획위 관계자는 “관련 내용은 박광온, 전해철 의원 등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대선 전부터 입법을 추진해온 내용과 많이 겹친다”며 “당정은 다음 달 임시국회부터 갑의 횡포를 막기 위한 관련 법 개정에 적극 나서기로 했다”고 말했다.

세종=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