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와 재계 간 불협화음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청와대와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표적인 정책에 재계가 반발할 조짐을 보이자 잇따라 제동에 나서고 있다. 국정기획자문위의 김진표 위원장은 28일 “개혁이라는 건 불합리한 비정상적인 기득권을 정상화하는 것이며 거기에는 고통이 따를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는 “가장 큰 기득권은 재벌이며 사회를 제대로 개혁하고 사회적인 대타협을 이루려면 재벌들의 반성이 선행돼야 한다”고도 했다. 개혁을 위해서는 재계의 반성과 희생이 뒤따라야 한다는 메시지를 분명히 한 것이다.
재계의 공개적 반발은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에서 먼저 나왔다. 김영배 경총 부회장은 25일 경총포럼에서 “근본 원인을 해결하지 않고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면 산업 현장 갈등이 심화할 것이고 이는 일자리 창출을 최우선 과제로 삼은 새 정부의 국정운영 방향과도 배치된다”고 했다. 정부의 정규직화 정책을 비판한 셈이다. 경총이 비정규직 문제를 들고 나오자 다음날 오전 박광온 국정기획자문위 대변인이 “편협하다”며 경총을 겨냥한 데 이어 김진표 위원장도 “재벌들이 압박으로 느낄 땐 느껴야 한다”며 수위를 더 높였다. 오후에는 문 대통령이 직접 나서 “경총이 사회적 양극화를 만든 주요 당사자로서 책임감을 갖고 진지한 성찰과 반성이 먼저 있어야 한다”며 유감을 표명했다. 대통령을 비롯한 정권 핵심들이 작심하고 재계를 향해 포문을 연 것이다.
비정규직 노동자가 저임금과 고용불안으로 심각한 불이익을 겪고 있고 그에 따른 양극화가 경제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비정규직이 확대되고 그에 따라 소득 불평등이 심각해진 데는 재계 책임이 크다. 정부 비판에 앞서 비정규직을 양산한 데 대해 스스로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우선이다. 새 정부의 역점 사업인 일자리 창출에는 적극 협력해야 마땅하다. 정부도 재계와 대립할 것이 아니라 소통하는 모습을 먼저 보여야 한다. “모든 사람이 새로워진 목표 의식을 갖는 세상을 스스로 창조하자”는 마크 저커버그의 미국 하버드대 연설을 새겨볼 때다.
[사설] 정부-재계 대립보다 소통이 우선
입력 2017-05-28 17: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