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의 지팡이’가 ‘신앙의 지팡이’로… 경찰서장 출신 정기룡씨, 목사로 제2 인생

입력 2017-05-28 18:50
경찰서장을 하다가 50대 중반에 퇴직한 뒤 28일 대전 대덕구 한사랑침례교회에서 60세의 나이에 목사 안수를 받은 정기룡 목사.

28일 대전 대덕구 덕암로 한사랑침례교회(담임목사 문은수)에서 목사 안수를 받은 정기룡(60) 목사는 경찰서장 출신이다. 경찰서장에서 목사로의 변신은 쉽게 생각하기 어려운 일이지만 정 목사는 담담했다.

그는 “경찰관 생활을 하면서 주변으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았고, 이제 제가 되돌려줄 때라고 생각해 목회자의 길을 걷게 됐다”고 말했다.

정 목사는 2012년 12월 경찰에서 은퇴했다. 퇴직하기 1년 전인 2011년 1월 대전 침례신학대학원에 입학했지만 처음부터 목회를 위해 들어간 것은 아니었다. 그는 먼저 대학원을 다니던 아들의 영적 활동을 돕기 위해 신학대학원에 들어갔지만 아이러니하게 아들은 목회의 길을 포기했고 그가 목회자의 길을 가게 됐다.

경찰로 일할 때 총경 승진이 빨랐던 그는 비교적 빠른 시기인 50대 중반에 퇴직했다. 그러다보니 ‘인생 2막’ 준비가 그에겐 퍽 중요한 일이었다. 제과·제빵기능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시장에서 떡 만드는 기술도 배워봤다. 손두부 제조 기술도 배웠고 수제 초콜릿을 만드는 기술도 익혔다. 공인노무사 공부도 했고 자동차 정비도 배웠다. 실용음악학원에서 피아노를 배우기도 했다. 하지만 그의 갈증을 채워주지 못했다.

그러던 중 스피치 학원에서 자신의 ‘인생 2막’의 길을 찾았다. 정 목사는 “평소에 남들 앞에서 말을 잘 못해 일부러 스피치 학원을 다녔는데 사람들이 저의 말을 유난히 재미있어한다는 사실을 알았다”며 “내가 갈 길이 바로 ‘말’이구나 하는 걸 깨달았다”고 했다. 신학 공부와 ‘말’ 공부는 시너지 효과를 냈다.

‘말’에 자신이 생기면서 그는 순식간에 각 기관과 기업이 찾는 대전 지역의 유명 강사로 떠올랐다. 방송 패널로 출연하게 되고 책과 음반도 냈다. 요즘은 간증집회 강사로도 이름을 날리고 있다. 올해 초 울산 대흥교회와 인천 중앙성결교회에서 간증집회를 가졌고 다음달에는 경기도 안산침례교회와 울산광성교회에서 간증이 예정되어 있다.

대학원 과정을 수료하고 한사랑침례교회에서 30개월 동안 전도사 생활을 한 끝에 이날 목사 안수를 받은 그는 복음성가 ‘처음처럼’ 음반도 준비하고 있다.

한사랑침례교회에서 협동목사로 봉사하게 될 정 목사는 “목회자의 길이 저의 인생 2막 천직이라고 생각한다”며 “강연과 목회 활동을 통해 하나님 말씀을 전함으로써 많은 사람에게 행복과 희망을 전달하는 목회자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대전=정재학 기자 jhje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