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의 한반도 안보 환경은 과거와 매우 다르다. 남북관계가 사실상 단절된 지 9년이 지났고,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은 임박한 위협으로 등장했다.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트럼프 정부는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는 등 한반도 주변 정세가 새로운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 이에 우리가 새롭고 깊이 있는 전략으로 대처하지 않고 과거에 해오던 방식으로만 접근한다면 한반도 상황을 개선하고 직면한 현안들을 해결하기 어렵다.
특히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 고도화가 본격화된 이후 주변국의 대북정책 패러다임도 바뀌었다. 따라서 대북정책을 비롯한 통일외교안보 정책과 관련해 새로운 패러다임과 대안 모색이 불가피하다.
정부가 적극적인 대북정책을 추진할 수 있는 여지를 북한의 핵·미사일 고도화 문제가 상당히 좁혀놓은 것이 현실이다. 여기에 미·중 간 경쟁·갈등까지 겹쳐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안보 환경이 매우 복잡하다.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은 우리의 대북정책 추진 자율성을 크게 제약하고 있다. 정부는 대북 제재·압박이 지속되는 가운데 남북관계 개선을 이뤄야 하는 어려운 구조 속에 놓여 있다. 그럼에도 북한의 핵·미사일 문제 해결과 남북관계 복원을 함께 모색할 수 있는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북핵을 비롯한 북한 문제가 국제화된 상황도 통일외교안보 정책을 종합적으로 아우르는 전략 구상을 필요로 한다.
대북정책은 단기적으로 전술적 차원에서 추진되는 사안이 있는가 하면 중장기적 차원에서 전략적으로 접근해 지속성 및 일관성을 유지하면서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이 병존해야 한다. 따라서 어느 한쪽으로 편향돼서는 안 되고, 실용적 측면에서 유연성을 갖고 대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거시적 차원의 정책 틀 속에서 추진해야 하는 사안과 미시적 차원에서 실행해야 하는 사안을 구별하고 복잡하게 얽혀 있는 사안들과 조화시키면서 추진해야 성과를 거둘 수 있다.
또한 이러한 정책 추진 흐름 속에서 어느 한 분야만 일방적으로 추진하기보다는 분야별 정책 상호 간의 균형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 북핵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남북한 간 대화·교류를 모두 단절한다든가, 소위 ‘북한 붕괴론’에 입각해 제재·압박만 하면 북한이 굴복해 문제가 일거에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점에서 강경 일변도로 정책을 추진하는 것은 상황 악화에 따른 위기 고조로 한반도 문제에 대한 주변국 개입을 초래해 우리의 자율성을 저하시켰다. 그 결과 우리 스스로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주변국에 끌려다니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했다. 남북관계 개선을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정책 공간을 마련하고, 정책의 유연성을 발휘해 전략적 선택의 폭을 넓힘으로써 결국 남북관계가 북한의 핵·미사일 문제를 해결하는 데 기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미국의 대북정책 기조도 제재·압박은 가하되 대화와 협상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새 정부의 대북정책은 과거와 크게 다를 수밖에 없을 것이며, 대북정책 및 남북관계 주무 부처인 통일부의 위상과 역할이 더욱 중요하게 되었다.
또한 남북관계, 외교안보 부문의 주요 현안이 서로 연계되어 있어 정책들을 조율하고 상호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전체적으로 종합하고 조정하는 논의 구조와 협의체가 매우 중요하다.
새로운 대북정책은 과거에 중단됐던 것을 단순히 재개하는 차원을 넘어 새로운 안보 환경에 처한 한반도의 특수한 구조적 상황에 효율적으로 대처하기 위한 해법을 우리가 중심이 돼 선제적으로 제시하고 이끌어가야 한다. 이제 북핵 해결을 위한 실질적인 대화를 통해 근본적인 해법을 찾는 데 집중해야 할 시점이다.
이관세 경남대 석좌교수 전 통일부 차관
[한반도포커스-이관세] 균형 잡힌 대북정책을
입력 2017-05-28 17:25